[세계의 사설] 9·11 살아있는 희생자들

5년 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9ㆍ11 구조작업에 뛰어들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대략 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뉴욕의 소방관과 경찰ㆍ공무원,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여기에 시카고나 캘리포니아에서 온 지역주민들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구호의 손길은 전국에서 이어졌다. 그들은 폭삭 주저앉아버린 그 ‘기둥(the pile)’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몸은 구호작업의 후유증으로 병을 얻고 말았다. 제대로 된 마스크 하나 없이 의협심만으로 잿더미로 뛰어들었다가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됐다. 무너진 빌딩 사이를 헤매던 그때는 목숨을 건 구출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른 뒤 그들 가운데 많은 수가 죽거나 병을 얻었다. ‘살아 있는 희생자(living victims)’들이다. 살아 있는 희생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최근 뉴욕 마운트시나이메디컬센터의 조사는 10명 중 7명이 ‘그때 그 사건’ 이후 폐 질환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전에 순화계 질환으로 고생했던 9,500명이 그때 이후 상태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최근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일부 상원위원들의 조치는 반갑기 그지없다. 비록 5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잘한 일이다. 뒤탈을 너무 늦게 깨달은 점은 반성해야 한다. 그래도 ‘진짜 실패’는 뉴욕이 아닌, 워싱턴에 있다. 이것은 국가 전체의 문제다. 지금까지 고통을 겪고 있는 ‘살아 있는 희생자’들에 대한 치료 비용과 보상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설사 불법노동자라 할지라도 ‘그곳’에서 병을 얻었다면 국가가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다. 아직까지 부시 행정부가 그라운드 제로에서 얻은 ‘고통’에 대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5,200만달러가 의료보험으로 배정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돈의 따스한 온기는 단 한명의 ‘희생자’에게도 미치지 못했다. 그들은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한다. 백악관과 의회는 그들이 왜 병을 얻었는지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9ㆍ11을 기억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있는 희생자들은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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