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日경기회복 주춤에 '비틀'

엔화, 日경기회복 주춤에 '비틀' 美경제침체도 영향-유로화 강세와 대조적 '엔화는 팔고 유로화는 산다' 엔화 가치가 투자자들의 외면 속에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달러당 116엔선이 맥없이 무너졌다. 강한 달러를 주축으로 엔고-저유로 기조를 유지하던 3극통화 체제가 엔저-고유로로 돌아서면서 엔화가 외환시장에서 냉대받는 '미운 오리새끼'가 돼버린 양상이다. 지난 4일 유로화의 약세 덕분에 도쿄 외환시장에서 잠시 주춤했던 엔화의 추락은 이어 열린 뉴욕 시장에 이어 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가속도를 붙였다. 5일 도쿄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6엔을 무너뜨리며 개장해 오전 한때 106.90엔까지 급락, 지난 99년 7월이래 17개월만에 최저치에 달했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한때 유로당 111엔대로 주저앉아 지난해 2월 이래의 초약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엔화의 수직하락이 취약한 일본 경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데다, 미국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일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날로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외환 투자가들이 미 경기 둔화와 뉴욕증시 하락을 달러화 약세 요인이라기 보다도 미국에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기의 악재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 정부도 엔저를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엔화는 그야말로 발판을 잃은 상태다. 일본 대장성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대장성 장관은 이날 "아직은 (엔화 급락이) 추세인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며 "그냥 내버려두는게 상책"이라고 밝혀 엔화 폭락을 부추겼다. 미 부시행정부의 백악관 경제고문 로렌스 린지도 얼마 전 "자본 유입은 미국 번영의 기반이 된다"며 강한 달러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앞날이 불안한 엔화를 앞다퉈 파는 대신 상승가도를 탄 유로화를 매입하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 증권은 엔화가 올 상반기중 달러당 125엔까지 떨어지는 반면, 지난해 10월 0.82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유로화는 1.05달러까지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화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전격 금리 인상을 발표한 지난 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0.92달러대로 물러섰으나, 4일에는 0.9519달러로 성큼 올라서 지난 99년1월 출범 이래 일일 최대 상승폭(2.3%)을 기록하는 강세를 보였다. 엔화에 대해선 무려 4.4%나 상승, 역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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