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국부펀드' 역할·투명성 논란

선진국 "윤리규정 제정등 투명성 강화 필요"
주요 산유국 "못 미더우면 투자받지 말아야"

스위스 다보스에서 계속되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서 최근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위상이 급상승한 ‘국부펀드’의 역할, 특히 그 투명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1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한 비공개 회동에서 국부펀드의 투자윤리 규정 제정 등 투명성 강화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동에서 선진국들은 국부펀드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국부펀드에 대량의 자금을 쌓아놓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크게 반발했다. 다보스포럼이 국부펀드 문제에 관한 토론을 한 것은 37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는 그만큼 국부펀드가 글로벌 경제 논의의 중심으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무하마드 알 야세르 사우디아라비아 통화청(SMA) 부총재는 “‘국부펀드란 나쁜 것’이라는 선입관에 입각, 투명성을 높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크게 반발했다. 그는 “이것은 본말전도(마차를 말 앞에 세우는 것)와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쿠웨이트 투자청의 바데르 알사드 총재도 가디언신문 회견에서 “우리는 이미 지난 1969년 다임러벤츠에, 1984년에는 BP에 각각 지분을 투자했다”면서 “지난 50여년간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와 새삼스럽게 규제 어쩌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주요 산유국으로 국부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 러시아도 여기에 가세했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도 블룸버그TV 회견에서 “국부펀드를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면서 그러나 “국부펀드를 제한하는 것은 위험을 더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드린 장관은 또 “국부펀드에 대한 경계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정말 국부펀드가 못 미더우면 스스로 투자를 받지 말 일이지 투명성을 높이라느니 투자윤리 규정을 만들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최근 국부펀드의 긴급 지원을 집중적으로 받은 미국 측은 “국부펀드의 성격상 국경을 넘나드는 내셔널리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그 속을 더 많이 알아야겠다”고 주장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국부펀드가 외국 돈이라는 이유로만 걱정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분명히 우려해야 할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예로 “국부펀드가 서방 항공사 지분을 인수한 후 경제성이 없는데도 자기네 수도로 직항 노선을 열 것을 요구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부펀드에 대한 이런 논란과 관련, 서방 측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지적도 나왔다. 노르웨이의 크리스틴 할보르센 재무장관은 “그들은 우리를 싫어하지만 우리 돈은 필요로 한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는 현재 2조5,000억달러 규모인 국부펀드가 오는 2015년까지 12조달러가량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따라서 갈수록 국부펀드의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국부펀드가 2022년까지 28조달러 규모로 성장해 미국 경제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 국부펀드만 타깃으로 하지 말고 모든 자본이 해당되는 ‘포괄적 투자윤리 규정’을 만드는 게 어떠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리처드 풀드 리먼브러더스 최고경영자는(CEO)는 “국부펀드만이 아닌 모든 투자자들이 따라야 하는 윤리 규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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