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계 스포츠의 '신성장 동력' 썰매가 힘차게 발진한다.
김동현(23·용인대)이 출전하는 루지 남자 싱글 경기가 소치 산악클러스터 산키 슬라이딩 센터에서 8일 오후11시30분(이하 한국시각) 시작된다.
썰매종목(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 중 가장 먼저 치러지는 경기다. 뒤로 누워서 썰매를 타는 루지는 최고 시속이 150㎞까지 나온다.
이번 소치올림픽은 한국 썰매가 역대로 가장 '화려한 시절'에 맞은 올림픽이다. 봅슬레이 10명에 스켈레톤 2명, 루지 남녀 싱글 1명씩과 남자 2인승 한 팀까지 16명이 출전한다.
1998나가노올림픽 때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이 루지 선수로 처음 올림픽에 출전한 후 종목당 한 팀도 출전시키기 어려웠으니 당연히 사상 최대 규모이며 썰매 종목 사상 첫 전종목 출전이다. 4년 전 밴쿠버 때는 6명이었다.
슈테펜 자르토르(독일) 코치가 이끄는 이번 대회 루지 대표팀은 주장 김동현과 여자 싱글의 성은령(22·용인대), 남자 2인승의 조정명(21), 박진용(22)으로 구성됐다. 밴쿠버올림픽 이후에야 선수단을 꾸리고도 짧은 시간 무섭게 기량을 끌어올려 남녀 싱글과 남자 2인승, 팀 계주까지 전종목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김동현은 소치로 들어오며 "모스크바에서 비행기 환승을 하려 내렸는데 '소치'라는 간판을 든 이들이 서 있는 것을 보니 실감이 나더라. 설레는 마음이 들면서 긴장도 된다"며 "내 몫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동현은 지난해 말 나가노아시안컵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남자 싱글에서 그는 메달권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밴쿠버에 이어 다시 올림픽에 섰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다. 김동현은 밴쿠버에서 봅슬레이 4인승에 출전했다가 종목을 바꿔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그는 비시즌인 여름에는 평창과 진천선수촌을 오가며 체력훈련을 했고 바퀴 달린 썰매를 타고 경기장 대신 아스팔트 도로를 달렸다.
지난해 9월부터는 약 100일간 유럽과 북미 10개 도시의 썰매 경기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처음엔 훈련 방법도 몰라 '맨땅에 헤딩'이었다. 김동현은 "유도·레슬링 등의 훈련을 참고해 체력부터 길렀다. 일단 체력을 기르면 기술은 금방 습득하리라고 봤다"고 말했다.
훈련에 체계가 잡힌 것은 지난해 8월 외국인 코치가 부임하면서부터. 장비 세팅부터 활강 기술까지 처음부터 익힌 김동현 등 루지 대표팀은 하루에 많으면 10번씩 썰매를 타고 소치를 꿈꿨다. 외국 선수들은 보통 하루에 3~5번 정도만 탄다.
한 번 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50초 남짓이지만 한 번을 타기 위해 몇 시간씩 코스를 분석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게 루지다. 그렇게 씨름한 결과 루지 대표팀은 올 시즌 팀 계주에서 두 차례나 월드컵 8위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썰매가 월드컵에서 톱10에 들기는 이들이 처음이었다. 대표팀이 8위 안에 들겠다고 다짐한 이번 대회 루지팀 계주는 14일 열린다.
김동현은 "정말 중요한 것은 소치올림픽이 아니라 평창올림픽"이라며 "팀원들에게 '꾸준히 성장하는 우리가 되자'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