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살 뺀 SPP조선 흑자 전환… '구조조정 후 매각' 선례 되나

우리은행 'SPP조선' 매각 추진
출자전환·감자 통해 자본잠식 걸림돌도 제거해
사천조선소 중심 매각 진행… 성공 가능성 높아
"연명효과일뿐… 정부, 체계적 그림 필요" 지적도




성동조선과 삼성중공업이 경영협약을 맺고 SPP조선의 매각이 추진되면서 '좀비기업' 취급을 받던 중소 조선사들의 더딘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특히 SPP조선 매각이 성공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진 중소형 조선사를 채권단이 구조조정 후 매각하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조선업 전체의 근본적 구조조정이 아니라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호재에 불과해 여전히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조선업 구조조정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SPP조선의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오는 10월 초 SPP조선 매각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인 가운데 매각 성공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SPP조선은 지난 2010년 5월 파생상품 손실 8,000억원과 신규 계열사 투자 실패 4,000억원 등 총 1조2,000억원의 영업 외 손실로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했다. SPP조선은 이후 올해 초까지 지원 받은 6,000억원에 더해 4월 초 4,85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 받았다.

SPP조선은 자율협약 체제 아래에서 유휴 자산 매각을 추진해 2012년 초 계열사인 SPP강관 매각을 필두로 비조선 부문 여타 계열사도 정리 절차를 밟았다. 본사 관리직 인원도 1,300명에서 800명으로 35% 축소해 군살을 뺐다. 수익원도 미디엄레인지선 등 5만톤급 석유화학운반선을 주력 제품으로 선정, 원가 경쟁력을 키웠다는 평가다. 올 상반기 전체 인도된 269척 중 미디엄레인지 건조 비중은 144척(53.5%)에 이른다.

그 결과 SPP조선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 341억원과 당기순이익 158억원 등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대규모 조선사들마저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SPP조선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매각 성공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은 또 SPP조선의 자본잠식이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 SPP조선에 대한 채무 탕감 계획도 이미 마련했다. 지난해 말 기준 SPP조선의 자본잠식은 1조4,000억여원인데 채권단은 출자전환·감자 등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PP조선의 채권금융사인 국민, 스탠다드차타드(SC), 외환은행 등이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그동안의 지원액 중 청산 가치로만 극히 일부분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5,000억원 정도의 채무면제이익이 생긴다. 이를 반영하면 자본잠식 규모는 9,000억원대로 줄어든다. 아울러 2조원대에 달하는 채권단의 일반 대출을 출자전환하면 자본잠식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PP조선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을 통해 고정비용을 최소화했고 2013년부터 상선 시장이 소폭이나마 개선되면서 밑지고 선박을 만드는 악순환의 구조에서는 탈피했다"면서 "사천조선소를 중심으로 매각을 진행하면 협력업체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뛰어들거나 중견기업들이 법인세 이연 효과를 노리며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최대 7년간 성동조선을 지원하는 경영협력협약을 체결하면서 성동조선도 가쁜 숨은 돌린 상태다. 이번 협약이 삼성중공업의 기술지원에 치우친 느슨한 협약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성동조선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업계의 공감대는 형성됐다. 채권단이 기술 부문에는 문외한인 것을 고려하면 생산과 기술 부문을 삼성중공업이 지원할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수은이 다음달 성동조선해양에 3,700억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어서 당분간은 자금압박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은도 성동조선이 여전히 영업손실을 겪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조선업 전체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의 '큰 그림' 그리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채권단 자율에 맡겨진 구조조정이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직접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 중심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좀비기업에 대한 연명 효과만 있다는 비판도 큰 만큼 정부 차원에서 중소 조선사끼리 합병을 유도하는 방안 등 체계적인 구조조정안이 시급하다"면서 "중국과 일본도 정부 주도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대응이 늦을 경우 조선업 경쟁력이 더욱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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