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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변웅전 아나운서의 ‘명랑운동회’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2007년 오늘, TV의 대세는 ‘예능’이다. ‘재주와 기능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는 국어사전의 고리타분한 정의는 예능 프로그램 앞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드라마가 더 실속있다고? 천만의 말씀. 유장한 대하 사극이 아닌 다음에야 드라마 수명은 6개월도 안 되지만, 예능은 웬만해선 최소 1년의 ‘무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예능을 두고 펼치는 지상파 3사의 ‘치열한 전쟁’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그 예능의 ‘놀이터’에선 가짜 미스코리아도 찾고 다음주 개봉할 영화배우의 애환도 듣고 불구덩이에도 뛰어들고 심지어 잃어버린 문화유산도 찾는다. 2007년 4월 지상파 3사의 예능. 대한민국 ‘평균 시청자’들의 평균 코드를 살펴본다. ◇그들의 놀이는 진짜 놀이다=적어도 이 기사를 읽는 지금, 대한민국 예능의 대세는 MBC다. 그 중심엔 ‘무한도전’이 있다. 지하철과 100m 달리기를 겨루고 목욕탕에서 물빼기 시합을 하던 이들은 ‘슈퍼모델’ 도전을 넘어 드디어 ‘진짜 드라마’에도 도전했다. 반응은 별로였다. 그러나 되새겨보자. 말 그대로 ‘무한도전’이다. 이들이 찍은 드라마가 어설펐다고? ‘무한도전’이 언제 ‘멀쩡하고 만만한’ 도전을 해 본 적이 있던가?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신해철에게 마약을, 이승철에게 표절 시비를 물어보는 이 ‘기괴한’ 토크쇼는 ‘무한도전’과 더불어 예능이 추구할 수 있는 ‘정교한 시나리오’와 편집 미학의 끝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열광하지 않는다. SBS ‘X맨’이 아무리 로맨스를 만들어도 시청자들은 심드렁하다. 그 업그레이드 버전이 바로 ‘무한도전’과 ‘무릎팍 도사’다. 가상세계와 실제를 혼동하게 만드는 ‘예능’.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세계. 어쩌면 영상 미디어가 지난 100여년간 추구해 온 본질을 꿰뚫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두 프로그램이 당면한 숙제는 ‘진부하게도’ 더 새로운 걸 발견하는 일이다. 그들의 도전은 짜릿했지만 그만큼 식상함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박명수 말대로 이제 시청자들은 “63빌딩에서 줄 없이 번지점프하는 걸” 원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뛰어내리는 순간 시청자들은 아예 태평양을 헤엄치라고 요구할 지도 모른다. ‘무한도전’ 정극 드라마가 반응을 얻지 못한 건 시청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진솔함’만을 원하지 않는다는 반증이었다. ‘무릎팍 도사’에 개봉영화를 홍보하는 영화배우가 출연하면 심드렁해지는 이유도 그 원초적 식상함을 뛰어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4주 안에 무한도전 따라잡겠다”=세상은 진화한다. TV도 진화한다. 당연히 예능 프로도 진화한다. 2007년 4월, 목표는 뚜렷하다. ‘무한도전’ ‘무릎팍 도사’보다 더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SBS는 지난 4년간 ‘SBS 예능’의 상징이었던 ‘X맨’을 과감히 구조조정시켰다. ‘X맨’의 폐지는 지난 몇 년간 예능의 대세였던 ‘짝짓기’와 ‘명랑 운동회’의 수명이 다 했다는 상징이다. 후속은 ‘하자GO’. 유재석 진행, 박명수ㆍ하하 보조진행에 올라이즈 밴드가 출연한다. MBC를 이기기 위해 MBC 스타를 전면에 내세운 형국이다. KBS는 고민 중이다. ‘공영방송’이란 태생적 한계는 SBS, MBC처럼 과감히 치고 나갈 수 없게 한다. 교양과 오락을 동시에 내세운다는 전략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그나마 최근 돋보이는 대표선수가 ‘미녀들의 수다’다. 미녀, 그것도 ‘우리말 잘하는’ 외국 미녀를 내세우는 전략만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사오리, 에바 등 몇몇 게스트들은 벌써 인기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번 봄 개편에 ‘미녀들의 수다’는 월요일 심야시간으로 전진 배치된다. 옛 것은 가고 새 것은 온다. 시청자들의 ‘골라 보는 재미’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