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역행하는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리스크관리

투자 부실 우려 커져

건설근로자 461만명(퇴직자 포함)의 노후 보장을 담당하는 건설근로자공제회의 리스크 관리 기능이 크게 위축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리스크 관리 기능이 유명무실화되면서 투자 부실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국면에 따른 연기금·공제회의 대체투자 확대 움직임과 맞물려 리스크 관리 조직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해 기존 4본부 체제를 5부 2실 2팀 체제로 변경했다. 특히 기존 자산운용실에 있던 리스크관리팀을 기획관리부 소속으로 이관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기능이 자산운용실 내에 있으면 견제라는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없다"며 "리스크 관리의 투명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와 같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계 안팎에서는 리스크 관리 기능의 독립성 강화는 어디까지나 허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과거 4명이던 리스크관리팀 인력이 2명으로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팀'이라는 직제에 걸맞지 않은 2명의 리스크 관리 인력으로 자산운용실의 투자 기능을 견제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며 "조직구조에 따라 리스크 관리 총괄자인 기획관리부장을 통해 자산운용 쪽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투자 전문성이 높지 않은 기획관리부장이 실질적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최근 대체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투자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대체투자 안건에 대한 사전 견제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내 리스크관리팀은 투자 관련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뿐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올해 이강본 전무이사의 취임 이후 내부적으로 대체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공제회들이 대체투자 확대 움직임과 더불어 리스크 관리 조직의 위상을 높여가는 흐름과도 배치된다. 실제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지난해 4월 기존 리스크관리팀을 리스크관리실로 격상하고 이사장 직속 조직으로 재편했다. 군인공제회 역시 지난해 1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리스크관리실을 이사장 관할 조직으로 배치해 자산운용 부문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일용직이 대부분인 건설노동자의 퇴직공제부금을 관리해주는 기관이다. 기금 규모는 지난 2002년 1,179억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2조1,700억원까지 급속히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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