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팍스 시니카] 후진타오 10년… 멈춰버린 정치개혁

경제분야 황금기라지만 부패·반체제 인사 탄압 등 정치 구태 아직도 되풀이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집권한 지난 2002년 이후 10년간은 경제대국 일본 추월, 외환보유액 3조달러 돌파, 국제 금융계에서의 위안화 부상 등 경제적 측면에서 황금기를 구가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정치개혁이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면서 공산당 내부부패 가속화, 반체제 인사에 대한 탄압 등 정치 측면에서는 구태가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후 주석은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중요한 행사 때마다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쓰며 정치개혁을 시도하는 듯했지만 진실로 정치 선진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의 기술관료적 성장 배경, 당 노선 중시 등의 경력을 감안할 때 정치구조의 변화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며 어디까지나 정치안정 속의 경제성장이 그의 관심사였던 것으로 정치 분석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최근 시진핑 부주석의 행방불명을 둘러싸고 중국 정치의 비밀주의와 불투명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도 그동안 투명화를 위해 노력했던 정치개혁이 말로만 되풀이됐을 뿐 실제 진전이 없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후 주석이 정치체제 변화를 싫어했다는 증거로 전문가들은 후 주석이 2008년 개혁ㆍ개방 30년 기념식사에서 사용한 '부저텅(不折腾)'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부저텅이란 지도자들이 당이 정한 노선에서 벗어나 무리하게 정치ㆍ경제 실험 개혁을 하다가 오히려 인민에게 고통을 가한다는 의미로 중앙당의 지시에서 벗어난 행동을 삼가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원로 경제학자인 마오위스는 "후진타오 정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고 인민에 민주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도록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고속성장에 집착한 나머지 공산당의 최대 적인 내부부패를 견제할 정치개혁을 실시하지 못했고 이는 만연한 당 간부와 관리의 부정부패로 이어졌다. 고속철 건설 과정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뇌물을 챙긴 류즈쥔 철도부장이 지난해 구속됐고 후 주석의 후계자 중 한 명인 링지화 중앙판공청 주임의 아들은 10억원대를 호가하는 페라리 스포츠카를 나체 상태로 여자 친구 2명과 몰고가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민심을 이반시키는 사건들이 이어졌다.

중앙판공청은 후 주석의 의전ㆍ일정 등을 조율하는 권력 핵심 요직으로 링지화는 아들의 교통사고 발생 사건으로 상하이방 등 경쟁 정치계파의 견제를 받으면서 최근에 한직인 통일선전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문가들은 후 주석 시기의 고속성장은 장쩌민 전 주석 때 닦아놓았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2001년)으로 세계 경제체제에 본격 편입되면서 가능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후 주석은 집권 시기에 고속성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당 부패를 척결하고 의료 등 사회복지 확대 등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하도록 하는 경제기반 조성에 힘써야 했는데 이를 소홀히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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