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국내투자가 증가하면서 주식과 채권시장을 지지하는 시중자금이 늘어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자금의 은행이동이 부진하고 국내 금융시장의 펀더멘털을 감안하면서 주식 및 채권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면서 '출구전략'을 시작한다는 신호를 보낸 뒤에도 외국인의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는 줄지 않고 있다. 외국인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줄곧 순매수에 나서면서 9일 이후 30일 현재까지 20일동안 3조2,000억원어치의 채권보유액을 늘렸다. 외국인의 한국채권 보유량은 올들어 총 15조5,000억원이 늘어 72조원에 달했는데 금리동향과는 상관없이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에서도 같은 최근 20일동안 4조3,000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올해 순매수 총액인 9조원의 절반을 요며칠 사이에 사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풍부해진 채권과 주식 시장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80%로 지난 8일(3.94%)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회사채 3년물(AA-급) 금리도 4.75%로, 같은 기간 0.10%포인트나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시중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색케 하는 것이다.
주식시장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같은 기간 4%나 올랐다. 역시 금리상승이 증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호적인 수급의 영향이 더 강했다.
풍부한 시중자금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권으로 자금의 이동은 기대와 달리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부터 27일까지 정기예금 등 은행 저축성예금이 1조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6월 한달 10조6,000억원이나 됐던 증가폭에 훨씬 뒤지는 것이다. 저축성예금은 지난 9일 기준금리인상 이후 하루 평균 1조원 넘게 몰리면서 폭증했지만 26일 하루에만 10조원 가까이 순유출 되는 등 이날을 고비로 증가세가 꺾이면서 오히려 유출이 늘어났다.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들의 잇따른 이자율 상향조정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은행권으로 이동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증시에서의 자금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시중자금의 유동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이상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환매된 자금은 3조원이며 개인들이 직접 주식을 판 뒤 증권계좌에서 인출한 돈은 2조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증권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만 그럼에도 증시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은 외국인 자금이 쏟아져 들어왔고 연기금도 1조원 가까이를 증시에 쏟아 붇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예탁금이 14조원선에서 유지되고 CMA 잔액도 42조원을 넘어선 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완전히 이탈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이 된다.
채권형펀드로는 3,000억원의 자금이 몰리는 등 채권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사랑도 여전하다. 외국인도 같은 기간 5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밝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한국은 올해도 대규모 무역흑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수출경제가 굳건히 유지되고 주요기업들이 이익을 확대하면 외국인들의 투자욕구도 지속되게 되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순차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금이 은행 위주로 집중돼 주식시장에 대한 악재가 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자금수급과 기업 상황으로 봐서 여전히 증시는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부동산으로의 자금흐름이 끊긴 것도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주상철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경제의 견조한 성장이 유지되고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국내유입은 늘어날 것"이라며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풍부한 유동성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