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도가 아프리카·남미·아시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고속철 수출로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주변국으로 뻗어 가는 글로벌 철도망을 통해 아시아 경제통합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21일 신화통신은 중국철도건설공사(CRCC)가 전날 나이지리아에서 120억달러(약 13조3,600억원) 규모의 고속철도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해안을 따라 약 1,385㎞의 철도를 건설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중국이 해외시장에서 체결한 단일계약 사상 최대 규모다. CRCC컨소시엄은 이달 초에도 멕시코에서 44억달러 규모의 고속철사업권을 획득했지만 입찰과정에 대한 의혹으로 계약이 취소돼 재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해외철도 프로젝트에 힘을 쏟는 것은 중국 경제 둔화 극복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중국 국유은행들은 CRCC의 프로젝트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며 향후 10년간 1조2,500억달러를 해외에 투자할 계획이다. 정치적 목적도 있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집중되는 아프리카·남미·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체제에 도전하는 중국의 든든한 후원자다.
중국은 이미 2009년부터 20여개국과 고속철도 협력을 추진해 아프리카 등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8월 1,344km에 달하는 앙골라 횡단철도를 완공해 운행 중이며 에티오피아에서도 756㎞의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케냐에서도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수도 나이로비를 연결하는 480㎞의 철도를 건설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케냐에서 탄자니아·우간다·르완다·부룬디·남수단 등 동아프리카 6개국을 연결하는 장기 철도건설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올해 들어서는 아시아 지역으로도 차이나 레일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7월 리커창 총리의 태국 방문에 맞춰 중국은 태국과 4,000억밧(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철도건설에 합의했다. 중국은 태국과 주변 국가를 잇는 철도 복선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시아 경제통합을 위해 중국이 구상하는 '철의 실크로드'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유라시아 고속철, 중앙아시아 고속철, 범아시아 고속철 등 3개 노선을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첫 행보로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과 양국을 잇는 고속철도를 착공하기로 합의했다. 2월에는 러시아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유라시아 고속철과 연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