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美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에 대한 초당적인 입장 정리가 중요합니다. 북한의 정권 교체를 생각하는 부시 행정부의 우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가 전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 연구소장은 “북한의 정권 교체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력 사용이 잘못된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노 대통령이 오는 5월 미국을 방문할 때 미 행정부 보수층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에서 미국과 북한, 중국 대표단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3자 회담을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전문가인 스타인버그 소장과 대담했다. -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3자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큰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북한 핵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봅니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미국과 북한, 미국과 한국 사이는 물론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미 국무부의 보다 차분한 논리가 먹혀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만, 지금은 매우 어려운 시기입니다. 한국 내에서도 노무현 정부가 베이징 회담에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했다고 야당이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중요한 때에 한국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초당적으로 북한 문제에 대처하고,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골자로 하는 강경한 입장의 비망록을 돌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 보수층의 견해를 어떻게 봅니까. ▲저의 견해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딕 체니 부통령이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들의 견해는 미국 우파의 이념을 대변하지만, 한국이 북한 군사력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방어하기 어려운 주장입니다.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도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방금 언급했듯이 한국이 3자 회담에서 배제된데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은 언제쯤 다자간 회담에 포함될 것으로 봅니까. ▲미국과 북한 사이에 중요한 합의가 이루어진 다음에 한국이 참여할 것으로 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핵 시설, 대량살상무기 제조, 미사일 판매, 다른 무기등에 대한 통제 등의 문제 합의에 도달했을 경우입니다. 미국은 그 대가로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임을 보장하고, 한국의 회담 참여를 합의에 포함시킬 것으로 봅니다. -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 미국등 다른 나라가 북한에 경제적으로 지원할 것으로 봅니까. ▲미국은 자금 지원이 아니라도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할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 국가에서 제외하면 북한은 세계 은행에 가입, 경제 지원을 받을수 있게 됩니다.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북한은 이 문제에 아주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그런데도 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것입니까. ▲핵 무기를 유일한 방위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주변의 적들에 의해 포위돼 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구 소련은 그들의 우방이었지만, 지금은 덜 가까운 나라가 됐습니다. 그들은 미국이 적임은 물론이고 한국, 일본도 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 지난해말에 한국에서 반미 시위가 있었고, 그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습니다. 한미 관계가 미묘한 시점에 노 대통령이 5월중에 미국을 방문합니다. 한국에 조언할 것이 있습니까. ▲한국에서의 반미 시위가 여중생 2명이 사망한 사건을 전후로 최고조에 달했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반미 정서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곳 조지타운 대학에서 연초에 한국의 반미 운동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진 적도 있습니다. 노 대통령이 젊은층에 반미 정서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한미 관계를 어떻게 복원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첫째,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도 한국 전체의 지지를 확보하고,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노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미국에 대한 공통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한국인들이 단합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미국도 한미 동맹 관계를 재확인할 것입니다. 이 점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둘째, 미국과 한국은 안보의 우선 순위가 다릅니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대량살상무기와 테러리즘을 제거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다음에 일본ㆍ중국등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며, 한반도 문제는 세번째 순서입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입장에선 순서가 다릅니다. 한반도 문제가 1순위이고, 다음으로 동아시아 문제, 국제적인 테러 문제는 세번째 순서입니다. 이런 차이는 한미 간에 협상을 통해 해결 가능하며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에서는 한미 관계에 아주 부정적인 언급이 오가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 얼마 전에 코리아소사이어티 세미나에서 체니 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에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뜻입니까.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저는 체니 부통령이 럼스펠드의 비망록에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이 체니 부통령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체니 부통령은 부시 행정부에서 강경파의 입장에 서 있습니다. 체니를 설득하기 어렵겠지만, 한국은 부단히 그를 설득하려고 해야 할 것입니다. 2002년 1월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를 기억해야 합니다. 당시는 부시 대통령이 의회에서 국정연설을 하기 직전이었는데, 체니 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야당 후보와 고위 회동을 가졌던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한나라당이 정부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여야 미국과 협상하는데 유리합니다. 그러면 체니 부통령도 누그러질 것으로 봅니다. 노 대통령은 근소한 차이로 선거에서 이겼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전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려면 이회창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과 긴장관계를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회창씨가 정계를 떠나 한나라당에 리더가 없지만, 대미 관계에 관한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공동입장을 조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그 말씀은 한국 정치인들에게 좋은 메시지가 될 것 같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수천억원의 비밀 자금을 포함, 북한에 많은 지원을 했는데, 북한이 변한 것은 없습니다. 햇볕정책 또는 포용정책에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햇볕정책에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북한과의 부분적인 대화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이 보증 마크가 되고, 다른 이슈는 부수적이 된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북한에 2,000억원을 준 것은 지나쳤고, 실수였습니다. 노무현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를 지속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이 북한의 요구로 자금과 설비 등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한국을 위해 무언가 줄 수 있도록 관계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북한이 지난해 여름에 시장 제도를 도입하고, 신의주등 3곳에 경제특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개혁이 성공할 것으로 봅니까. ▲저의 견해로는 북한이 정권 유지에 필요한 최소의 경제개혁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추측컨데 북한은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 같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경제 개혁의 진전이 더디고, 아직 가야할 길이 멀고 험난합니다. 지금 단행하는 조치가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데이비드 스타인버그는 누구) 워싱턴 DC 소재 조지 타운대 한국학 교수로, 이 대학의 아시아 연구소장과 아시아 재단 선임 고문을 맡고 있다. 맨스필드 태평양 연구센터 소장,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AID)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동아시아, 중동 문제에 관해 조언했고, 타이에서도 3년간 근무했다. 미국내 가장 정통한 한국통 중 한명이며, 연초엔 조지타운 대학에서 한국의 반미 정서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 그 역사적 기원 등을 논의했었다. 전경련의 최인범 박사 등이 그와 함께 연구했다. 다트머스대, 하버드대와 중국 광동성에 있는 링난대, 영국의 런던 스쿨에서 공부한 다국적 연구자. 저서로 `한국의 경제발전과 사회변화`, `버마:미얀마라는 나라` 등이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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