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교체 때마다 보수 후려치기… 부실 회계 우려 커진다

인력 줄어 업무 질 저하 초래


기업들의 감사 보수 후려치기가 반복되면서 부실 회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감사 보수 인하는 감사 투입인력과 시간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2일 청년공인회계사회가 1·4분기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주요 기업의 감사 보수 변동을 조사한 결과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대주주인 현대중공업(009540)·현대미포조선(010620)·현대삼호중공업 등을 비롯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감사인을 교체하면서 감사 보수를 최대 40% 이상 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감사인을 삼일PwC에서 삼정KPMG로 교체하면서 지난해 감사 보수 2억7,000만원보다 43%나 줄어든 1억5,500만원으로 낮췄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삼일에서 삼정으로 감사인을 바꾸면서 감사 보수를 2억7,000만원에서 1억5,500만원으로 43%나 깎았고 현대중공업은 삼정과 재계약하면서 지난해 7억2,000만원에서 올해 6억2,000만원으로 14% 깎았다.

다른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GS건설(006360)은 올해 삼일에서 EY한영으로 감사인을 바꾸면서 감사 보수를 5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웅진에너지는 한영에서 삼정으로 교체하면서 감사 보수를 8,000만원에서 5,700만원으로 줄였다.

이 같은 감사 보수 후려치기는 3년 주기로 교체되는 감사인 선정 과정에서 매번 반복되고 있다. 청년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 다수의 감사대상 회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감사인에게 '슈퍼갑'으로 군림하고 있다"며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감사인 교체 때마다 감사 보수를 깎는 행태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회계투명성 개선이 힘들다"며 "회계법인들도 감사 보수 인하를 통해 눈앞의 이익만 챙기기보다 회계법인 본연의 업무인 감사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감사 품질 향상을 위해 회계상 문제가 있었던 기업 등에 한정해 적용해왔던 외부감사인 지정제를 모든 상장법인과 금융회사로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최근 5년간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회계감리 결과에 따르면 감리대상 10개 중 3개는 부실 회계감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이번에 발의한 외감법은 회계감사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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