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ㆍ4분기 국내 상장사의 수익성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전분기 대비 다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1분기 순이익 예상치가 하향 추세에 있는 점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1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최근 3개월간 8.3%나 하향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 예상치 하향폭(-6.2%)보다 그 폭이 더 크다. 다만 추가적으로 1ㆍ4분기 실적에 대한 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분기말인 3ㆍ6ㆍ9ㆍ12월에는 실적 재조정이 마무리된 업종이 많아 실적 조정 빈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향후 1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전체적인 흐름도 중요하지만 주요 업종이나 종목별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을 추정한 111개 업체의 올해 1분기 예상 매출액(2월말 기준)은 지난해 4분기(308조8,324억원)보다 4.09% 줄어든 296조1,97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26.21% 늘어난 21조9,586억원, 순이익은 38.20% 증가한 17조7,4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매출액은 2.75%, 영업이익은 12.42%, 순이익 18.89% 상승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은행, 엔터ㆍ레저 업종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은행업종에 대해 "1분기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5% 증가한 1조8,0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올 1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늘었고 순이자마진(NIM)이 올라온 은행들이 많아져 1분기 실적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안현국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터ㆍ레저 업종의 경우 전 업종 중 유일하게 올 1분기와 2분기 순이익 예상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3%, 2.8% 상향되고 있는 업종"이라며 "실적 예상치 추이를 꾸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111개 업체 중 지난해 1분기 대비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업체는 삼성엔지니어링ㆍ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ㆍ삼성SDIㆍ한화케미칼ㆍOCIㆍ원익IPSㆍ네패스 8개 업체다. 8개 업체는 ITㆍ운수창고, 화학ㆍ운수장비 업종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 업체들은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이 가능해 긍정적이긴 하지만 부담을 넘어서기 위한 조건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지난해를 저점으로 올해와 내년 이익 정상화가 예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상반기 강한 수주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최저가 입찰을 한 해외 프로젝트 중 3개 수주가 최근 3조1,000원 규모로 확정됐고 남은 이라크 쥬바이르 프로젝트 역시 빠르면 1분기말 수주가 기대된다"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를 저점으로 이익 정상화가 예상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상반기 강한 수주를 바탕으로 수주 예상치를 넘어서는 연간 수주를 달성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한항공 역시 본업의 회복세는 확인됐지만 그룹 이슈는 아직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1월 영업실적은 중국발 미주행 노선의 두드러진 회복과 화물 수요 반등으로 전반적인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올 상반기 한진해운 유상증자 참여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S-Oil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은 마련돼 있는 상태지만 실제 거래에 착수할 경우 투자 심리는 또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이 1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CJ E&M, 호텔신라, SK하이닉스, 한국전력, 현대제철, SK네트웍스는 긍정적인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CJE&M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346.04% 증가한 190억원, 호텔신라는 325.60% 늘어난 314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SK하이닉스(195.21%), 한국전력(127.33%), 현대제철(110.69%), SK네트웍스(105.89%) 등도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 입찰을 성공함에 따라 향후 해외 진출 역시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창이 공항에서의 수익성이 현재 인천공항점의 수익성보다 높아 호텔신라 전반적으로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면서 "창이 공항 입찰 성공은 추후 해외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D램의 가격조정이 있지만 원가경쟁력 상승으로 올 1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상우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시공장 화재 정상화로 1분기 D램 출하량이 증가한데다 삼성전자의 D램 증설영향이 2분기부터 나타나 당분간 D램 가격은 완만한 조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화재영향으로 인해 상승했던 D램 가격이 완만하게 하락하는 수준에 불과한데다 공급자 위주의 시장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원가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까지 높아져 수익성도 좋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전력도 지난해 11월 전기요금 인상 이후 추가적인 요금인상 가능성이 높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상황이 과거 공공요금 인상 시기의 특징과 유사하고 에너지 가격의 안정으로 정부 물가 안정 목표치 2.3%까지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요금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면서 "요금인상 효과와 원전 재가동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5조원 수준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기업들도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삼성테크윈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8.52% 줄어든 5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전 사업부문이 부진했던 삼성테크윈의 경영성과는 상반기 중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보안솔루션(SS)사업은 제품 믹스 전환 과정에서 차기 주력 제품인 네트워크 CCTV의 매출에 집중하는 동안 기존 아날로그 CCTV제품이 중국 업체들과의 저가 경쟁에서 밀린데다 칩마운터 사업 역시 중국ㆍ대만ㆍ국내 업체들의 투자 축소로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삼성전기(-65.41%), 네오위즈게임즈(-61.34%), 에스에프에이(-52.77%), SK이노베이션(-50.66%), S-Oil(-50.06%) 등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5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