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국과 400조원 가스 공급 계약 눈앞

2018년부터 매년 380억㎥ 공급
우크라 사태 후 밀월관계 강화
CICA 회의서 본계약 이뤄질듯


17년을 끌어온 중국과 러시아 간 가스 도입 협상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과 멀어진 러시아와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의 새로운 밀월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가 4,000억달러(약 409조원)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사실상 타결하고 최종 계약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1997년 협상을 시작한 중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프로젝트는 가격조건 때문에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다 정치적 변수로 급진전됐다. FT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에 앞서 양국 실무진이 발 빠르게 협상을 진행했으며 가격조건이 맞지 않더라도 양국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본계약 조인식이 치러질 수 있도록 협상이 진척됐다고 전했다. 19일(현지시간)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천연가스 장기공급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소식통들도 이날 상하이에서 개막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정상회의에서 양국이 상징적으로 가스 도입 본계약식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러시아 천연가스 도입 프로젝트는 러시아 코빅타·차얀드 가스전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스코보로디노와 블라고베센스크 등을 거쳐 중국 하얼빈·선양·베이징·칭다오로 이어지는 가스관으로 공급한다. 계약이 성사될 경우 러시아는 오는 2018년부터 중국에 중국 소비량의 23%, 러시아 가스 업체인 가스프롬 수출량의 16%에 달하는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게 된다. 아울러 러시아는 700억달러를 투자해 동부지역의 천연가스를 개발하고 중국에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게 된다.

지지부진하던 중러 가스 도입 계약이 급물살을 탄 것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과의 관계악화 등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크림자치공화국 합병,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 측근에 대해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내리는 등 제재에 나섰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유럽 등 서방에 의존하던 경제협력 파트너로 중국을 택한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스모그 등 석탄연료 사용으로 환경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천연가스 도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상태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강화는 미국을 견제할 중요한 수단으로 꼽힌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합동군사훈련 공동 참석 등으로 친밀감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중러 관계가 최고에 달한 시기"라고 평가했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비슷하거나 똑같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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