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70년대 이후 가장 긴 침체국면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현대경제연구원은 4일 `경기침체 장기화 현상 분석'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의 경기변동은 경기 등락폭의 심화와 경기 수축기의 장기화로 특징지어진다'면서 '특히 경기하강의 골이 깊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경제 주체들이 경기하강으로부터 느끼는 고통 체감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IMF 외환위기 이후 경기변동과 관련, '우선 경기 등락의 폭이 심화됐다'면서 '지난 96년 3월 경기정점 이후 우리 경제가 두번의 소(小) 순환을 겪고 있는데, 이 기간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변동폭이 그 이전에 비해 거의 3배 가량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그 이전 10년간 경기 정점과 저점간의 순환 변동치 차이가 평균 5.8 정도였으나 IMF 이후 16.4의 변동폭을 보이고 있다는 것.
연구원은 또 경기상승기에 비해 수축기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90년대 초반까지 경기수축기는 길면 19개월, 짧으면 12개월 정도였지만 96년 3월이후 98년 8월까지의 수축기는 29개월'이라면서 '만약 2000년 8월을 소순환의 정점이라고 가정하고 2002년 상반기 정도까지 경기둔화 국면이 지속된다고 할때 약 25개월 정도의 수축기가 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96년 3월부터 98년 8월 사이의 경기 수축기에 이어 70년대 초반 이후 최장기 경기 수축기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이어 'IMF 외환위기 이후 국내 경기 변동은 세계 경기변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면서 '80년 후반 이후 국내 경기는 세계 경기의 변동보다 다소 완만하게 움직인 반면 IMF 이후에는 세계경기 변동의 패턴과 매우 흡사하게 전개될 뿐 아니라 선진국에 비해 경기 등락이 훨씬 심한 모습을 보여, 해외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장기화됨에 따라 경제 주체들이 경기침체로부터 느끼는 고통체감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과거에는 경기하락과 함께 실업률이 하락하는 현상도 간혹 있었으나 최근에는 경기 수축기에도 실업률 상승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실업률이 하락한다고 해도 일용직.임시직 근로자 비중이 증가해 고용불안으로 인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IMF이후 경기 변동과 관련되면서 경기수축기를 더욱 장기화시키는 요인으로 연구원은 성장 잠재력 저하를 거론했다.
IMF 이후 2000년 8월 이후 구조조정 지연,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설비투자 증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술투자 역시 급감했으며, 잠재실업률 수준이 3.5-4.0% 정도까지 상승하면서 잠재성장률이 4-5%대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하지만 이러한 잠재성장률 하락은 경제 발전에 따른 자본및 노동의 한계생산성 저하, 자연실업률의 증대와 같이 `선진국형' 저성장기 돌입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면서 '결국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로의 돌입은 커녕 일본형 또는 남미형 장기 침체기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의 경기 둔화는 2002년 상반기 정도까지 지속될 것이며, 이를 단축하고 경기의 골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