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이르면 올해안에 역삼동 본사를 전자재료 사업장이 있는 경기도 의왕시로 옮길 예정이다. 이는 직물을 모태로 국내 최대 패션업체로 성장한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이 케미칼·전자재료로 옮겨가는 것으로 해석돼 향후 패션부문의 축소나 분리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본사에 해당되는 역삼동 직물·케미칼사무소를 의왕시 고천동에 있는 전자재료 사업장으로 이전을 계획, 내부적으로 작업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 2개의 사무소와 여수, 구미, 의왕시에 3개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제일모직은 현재 역삼동 삼성제일빌딩에 케미칼·직물사업부문이, 패션부문은 수송동 수송타워빌딩에 각각 입주해있다.
패션부문은 서울에 그대로 남고, 케미칼·직물부문을 의왕으로 옮겨 전자재료 부문과 통합 운영하게 되는 것. 제일모직은 지난 해 5월 역삼동 사옥을 KTB자산운용에 500억원대에 매각하고 리스 형태로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임대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KTB자산운용 관계자는“리스 백 임대만료 기간 6개월 전까지 재계약 통보를 하게 돼 있는데 이 달이나 다음달중으로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일모직은 현재 케미칼·직물부문의 이전에 대비해 의왕사업장에 연말 완공 예정으로 지상 13층 규모의 연구동(R&D 센터)을 새로 짓고 있다. 300여명의 연구인력과 1,000여명의 케미칼·전기재료부문 임직원들이 이 건물을 사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의 본사 이전은 회사의 주력사업을 기존의 패션·직물에서 케미칼·전자재료로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2조6,518억원의 매출 가운데 약 60%에 해당하는 1조5,642억원을 케미칼·전자재료 부문에서 올렸다. 패션과 직물부문은 각각 9,468억원, 1,184억원에 불과했다.
올들어 내수경기 회복으로 패션부문의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도 커지고 있지만 내수 위주여서 매출 증대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 반면 케미칼·전자재료의 경우 80% 가량이 수출이기 때문에 향후 매출 기여도가 더욱 커질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으로서도 성장 한계에 다다른 패션보다는 케미칼·전자재료 등 화학부문에 집중 투자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패션부문의 위상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케미칼·전자재료부문과 직물·패션부문으로 기업이 분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 정연우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패션부문은 영업이익의 3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현금 창출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는 더 이상 규모를 키우기 힘들고 해외 진출도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에 전자재료와 케미칼 등 비패션부문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 관계자는 본사 이전에 대해“새로 짓고 있는 의왕사업장 연구동에는 300여명의 연구인력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계획”이라면서 “케미칼·직물부문을 옮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