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세계 남자골프의 진정한 대세를 가리는 경쟁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이한다. 4일 밤(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7,214야드)에서 개막하는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우승상금 148만5,000달러)에서 세계랭킹 3위 제이슨 데이(호주)와 2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1·2라운드 같은 조 맞대결을 벌인다. 지난달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 우승 경쟁부터 계속 같은 조로 만난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에서도 둘은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플레이오프 2차전인 이번주 맞대결은 조금 더 특별하다. 올해의 선수 향방을 좌우할 중요한 결투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PGA 투어 올해의 선수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US 오픈 연속 우승자 스피스에게 떼놓은 당상처럼 여겨졌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데이는 지난주 스피스가 컷오프된 바클레이스에서 6타 차의 압도적인 우승을 거두는 등 최근 4개 대회에서 3승을 챙겼다. PGA 투어 시즌 승수는 4승으로 스피스와 같다. 메이저 승수에서만 1승이 뒤진다. 올해의 선수는 PGA 투어 회원 투표로 이뤄진다. 데이는 바클레이스 우승 뒤에도 "이대로라면 스피스에게 투표하겠다. 그 나이(22세)에 메이저 2승 포함 4승은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플레이오프에서 최종 우승한다면 내 이름을 후보에 올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레이오프는 4차전까지 매 대회 출전선수를 줄이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되며 최종 포인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 1,000만달러(약 117억원)의 보너스까지 받는다. 데이는 현재 포인트 4,459점으로 1위다. 2위 스피스는 4,169점. 현지 언론들은 플레이오프에서 1승 이상을 추가하고 포인트 1위를 지킨다면 데이의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스피스에게 쏠렸던 동료들의 표심은 최근 들어 조금씩 흔들리는 분위기다. 플레이오프 포인트 3위 버바 왓슨(미국)은 "나도 지난 몇 달간 좋은 경기를 했지만 데이는 수천 배는 더 훌륭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요즘 내게 가장 큰 골칫거리는 데이"라고 밝혔다. PGA 투어 홈페이지는 이번주 우승후보 1순위로도 데이를 꼽았다. 예상이 적중한다면 플레이오프 연속 우승에 성공하는 역대 여섯 번째 선수가 된다. 스피스와 세계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3위 이하로 마치고 데이가 우승하면 세계 1위도 데이의 차지다.
9개 대회 만에 지난주 컷오프를 경험하며 세계 1위에서 내려왔지만 스피스도 여전한 우승후보다. 컷오프 전 5개 대회 성적이 1위, 1위, 공동 4위, 공동 10위, 2위였다. 바클레이스 부진은 클럽 교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을지 모른다. 타이틀리스트 714 AP2 아이언을 시즌 내내 써오다 바클레이스를 앞두고 716 AP2로 바꿨다. 스피스는 지난 2013년 이 대회 마지막 날 62타 불꽃 타로 공동 4위까지 올라갔던 기억도 있다.
이 대회와 인연에서는 매킬로이를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우승 등 최근 3년간 한 번만 톱5 밖으로 밀렸다. 올해 바클레이스를 거른 매킬로이는 지난달 중순 PGA 챔피언십 17위 이후 첫 출전이다. 발목 부상 복귀전을 마친 지도 2주가 넘었으니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21언더파로 우승하던 모습을 다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시즌 2승이 있는 매킬로이는 플레이오프에서 데이와 스피스의 도전을 이겨내야 세계 1위로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의 유일한 한국인 배상문(29)은 포인트 23위로 이 대회에 나왔다. 이번 대회에는 포인트 상위 99명(세르히오 가르시아 포기)만 초대를 받았다. 30명만 출전하는 마지막 4차전까지 배상문이 살아남으려면 이번주 12위 안에 들어야 안정권이다. 다음달 프레지던츠컵에 나갈 각 팀 성적순 10명도 이번 대회를 끝으로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