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아이들 다시 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가정해체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277개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1만8,676명의 아이들중 70~80%가 부모ㆍ친척 등 연고자가 있으면서도 경제적 이유로 시설에 맡겨졌다. 부모가 모두 사망했거나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고아의 비율은 15~20%밖에 안된다. 지난해 부모의 빈곤ㆍ실직, 미혼모 출산 등으로 버려진 아이들은 모두 1만57명에 이른다. 이들 요보호 아동은 지난 97년 6,784명에서 외환위기를 겪었던 98년 9,292명으로 급증한 뒤 99년 7,693명, 2000년 7,760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1년 1만2,086명으로 다시 늘기 시작했다. 최근 아동복지시설 등엔 “생활이 힘들어졌다. 아이를 맡아줄 수 없겠느냐”는 상담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관악구 상록보육원의 최성수 사무국장은 “요즘 시설아동들은 부모나 친척 등과 연락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최근에는 카드빚 등을 이유로 아이를 시설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립아동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부모가 모두 사망한 고아는 80년대 이후로 시설에 맡겨지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올해에도 단 2건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부모가 이혼하면서 서울 은평구 A보육원에 맡겨진 김모(5)군의 경우도 부모가 각자 한 달에 한번씩 찾아오지만 누가, 언제 김군을 데려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김군 부모는 이혼 전부터 아이양육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다 우선 둘 중 하나라도 경제사정이 안정될 때까지 보육시설에 맡긴 케이스. 일시적으로 맡겨진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친권을 갖고 있어 입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모가 다시 데려갈 때까지는 시설에 방치될 수밖에 없다. 시설에 맡겨 진지 2~3년이 지난 아이들 중에는 더 이상 부모들이 찾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임웅재기자 jael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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