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FRB, 통화정책 긴축전환 배경 -18일 하오 2시(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조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는데도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순간적으로 100 포인트 이상 내려앉았다. 금리는 동결하지만, 긴축 통화정책으로 가겠다고 금융시장에 경고했기 때문이다.
이날 FRB는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본 금리들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FRB는 성명에서 『금리를 변경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 금리는 4.75%, 재할인율은 4.5%로 각각 현행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지난해 11월 「중립적」 위치에서 6개월만에 「긴축 편향(TIGHTENING BIAS)」으로 바뀌었다.
「긴축 편향」은 앞으로 반드시 금리를 올린다는 뜻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미국 경기가 과열될 증거가 나타나면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생각의 방향을 전환했다는 의미다. 지난 96년 7월 이래 FOMC 회의에서 15차례나 긴축 편향의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로 금리를 올린 것은 단 한번뿐이었다.
그렇지만 이날 결정된 긴축편향 방침은 FOMC 회의가 끝난 직후 동시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예전에 비해 강도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년만에 가장 높은 0.7%를 기록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명한 증거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6월 30일 열리는 차기 FOMC 모임을 시작으로 뉴욕 월가는 매번 금리 인상의 악령과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FRB 내에도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매파와 금리유지를 바라는 비둘기파의 대립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파로 분류되는 로렌스 메이어 이사는 『너무 좋은 경제 뉴스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라며 『성장율이 둔화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면서 금리인상론을 펴고 있다. 이에 비해 앨리스 리블린 부의장은 『과거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며 안정론을 펴고 있다.
무게의 중심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에 있다. 그린스펀은 연초에 『하이테크 산업의 발달로 미국 경제가 활력을 얻고 있다』며 『미국은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경제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노동력의 부족이 임금 상승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린스펀 발언의 변화에서 매파와 비둘기파의 중간에 서있다가 점차 매파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뉴욕 월가에서는 중앙은행이 연내에 한번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견해와 금리를 인상할 명분이 없다는 견해로 엇갈리고 있다. 세인트 루이스의 한 조사기관이 전문가 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이 연내에 0.25% 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금리인상의 관건은 앞으로 발표되는 각종 통계에서 인플레이션 증거가 얼마나 나타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노동생산성,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 실업율 등이 인플레이션을 재는 척도가 된다.
그린스펀이 지난해 10월 3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할 때 걱정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이었다. 6개월만에 디플레이션의 우려는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으로 대체됐다.
FRB가 연말까지 금리 인상을 하지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자들은 아시아 및 중남미의 경제회복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충분치 못한 증거로 금리를 인상, 지난해말의 명분을 잃으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라일 그램리 전 FRB 이사는 금리인상의 가능성을 배제하면서 FRB가 연말까지 점진적인 통화팽창 억제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에 있는 FRB 본부는 금리인상을 보류했지만, 집행기관 역할을 하는 뉴욕 FRB의 상황실은 국채 및 달러 물량을 조절하며 시중금리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부 융자(모기지 론)의 금리는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고, 이에 따라 지난달 미국 주택건설이 대폭 줄어들었다. 미국 중앙은행의 큰 그림은 과열 경기를 진작시켜 경제를 연착륙시킨다는 것이다.
/뉴욕=김인영 특파원 IN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