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회오리바람이 마녀를 죽인 게 아니다


총선이 있는 4년마다 한국에는 계절풍이 분다. 쇄신풍이다. 바람이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불듯이,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응축된 열망이 정당의 인적, 물적 쇄신으로 반영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동시에 쇄신의 동력을 정당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구하는 모습은 우리 정당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 하겠다.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여야 모두 공천심사위원장(공심위원장)에 외부 인사를 임명했고, 공심위원 구성은 당외ㆍ당내인사의 비율을 6대5로 했다. 2012년 19대 총선을 눈앞에 둔 현재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공심위원장에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임명하고, 당외ㆍ당내 인사 비율을 각각 7대7과 8대3로 해 공심위원 인선을 마무리했다. 여야 모두 다시 한번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유권자들의 지지와 표의 결집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적 쇄신은 필수불가결하다. 문제는 인적 쇄신을 위한 정당의 내부 동력과 체계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정당은 일상적 정치활동을 통해서 새로운 인물을 발굴 육성함으로써 그러한 재생산 과정을 통해 후보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 당장의 생존이나 선거승리를 위해 쇄신의 동력을 정당 외부에 의존할 경우 일관된 정강정책을 통한 정당의 연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당의 이념 또는 철학을 이행할 수 없는 인물이 영입돼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 물론 후보 선정 과정에서 당내 역학구도나 지도부의 영향력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확인한 바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 선출 역시 마찬가지다. 일상적 정치활동을 토대로 청년 후보들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없으니 참여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대중매체의 스타 캐스팅 방식을 벤치 마킹할 수밖에 없다. 20대 국회의원이 나온다고 정당의 인적 재생산의 근본 토대가 마련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청년 후보의 선출 방식이 일자리로 대표되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자칫 세대 문제로 환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스럽다.

도로시가 타고 온 집에 사악한 동쪽 마녀가 깔려 죽었다고, 마냥 회오리바람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사악한 마녀를 언제라도 물리칠 수 있는 인적, 물적 역량과 토대를 마련하는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