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지난해 3월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부문을 분리(신경분리)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50년 만에 이뤄지는 사업구조 개편인 만큼 하루아침에 신경분리를 마무리하기는 힘들다.
실제 올 4월 불거진 농협은행의 대규모 전산사고를 비롯해 신동규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자진 사퇴 파문까지 풍파가 끊이지 않았다. 농협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성장통"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신경분리 안착이 쉽지만은 않다는 의미다.
농협 신경분리의 후유증은 실적 부문에서도 여실히 반영됐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은 지난해 6월 대대적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실적 악화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직원들의 임금도 동결했다.
그런데 정작 농협중앙회 임원 및 집행간부들은 신경분리 와중에도 성과급 지급률을 인상하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것으로 3일 확인됐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은 올 초 일반직(M~7급) 직원들과 생산직ㆍ업무직ㆍ별정직 직원들의 2012년 임금을 모두 동결하는 안에 합의했다. 지난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3.3% 안팎에서 임금 인상률이 결정된 반면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 부담이 증가하며 임금 동결을 결정한 것. 당시 농협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편으로 전산, 브랜드 교체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면서 지난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허리띠 졸라매자는 심정으로 임금 동결에 합의했으나 직원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2,56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였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7,030억원) 대비 60% 이상 줄어든 수치다. 농협금융은 출범 첫해인 지난해 연간 1조128억원의 순이익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실제 순이익은 4,500억원에 그쳤다.
신경분리에 따른 수익률 감소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 집행간부 및 임원들은 올해 3월 거액의 성과급을 챙겼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5월 열린 중앙회에서 임원 및 집행간부의 성과급 지급률을 기존의 -20~60%에서 -30~80%로, 최대 지급률을 20% 상향 조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 임원들은 연봉(1억1,700만~1억2,800만원)의 50~7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일부 임원의 경우 최대 2,400만원가량 성과급이 증가해 사실상 연봉이 10%포인트가량 인상되는 효과를 누렸다.
비용 감축 및 임금 인상 동결 등 손익 증대 대책을 강조했던 임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던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농협의 한 관계자는 "솔선수범해 직원들과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할 임원들이 뒤에서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에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