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건축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국제업무개발사업이 서부이촌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결국 법정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탄력을 받은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재개발ㆍ재건축의 속도조절 입장을 보여온 박원순 서울시장 체제에서 또다시 암초를 만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지난 3일 서울시청을 방문한 직후 임시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용산역 개발에 반대하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가 불법적으로 지분 쪼개기를 통해 50% 이상의 주민동의를 얻어냈기 때문에 이는 효력이 없어 인허가를 내준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7일 밝혔다.
서부이촌동 대림ㆍ성원ㆍ동원아파트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기자와 만나 "주민들이 최근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150가구가 불법으로 지분을 쪼개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09년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불법 지분 쪼개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대림아파트 소유자인 홍서이씨는 "위법적인 지분 쪼개기가 없었다면 50%의 찬성률을 넘길 수 없었는데 드림허브가 주도해서 불법적으로 사업승인을 얻어낸 것"이라며 "서울시에 문제를 제기하자 처음에는 반박하지 못했는데 다시 말을 바꿔서 합법적인 것이었다고 변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ㆍ재건축을 앞두고 지분을 늘리기 위해 불법적으로 지분을 쪼개는 것은 2007년 이후 금지돼 위법적인 사실이 확인될 경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주민들은 드림허브가 주민들의 동의가 부진해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2008년 12월 이후 150여건의 지분 쪼개기를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확인해본 결과 원래부터 다세대였는데 등기부상 기재 실수로 다가구로 등록됐고 그건 이미 수정됐다"며 "행정상 착오였지 불법적인 지분 쪼개기는 아닌 만큼 행정소송이 제기되면 당당히 응하겠다"고 해명했다.
물론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분 쪼개기가 이뤄진 시점이 드림허브가 난항에 빠져 있던 용산역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주민동의를 요구하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에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거주민인 오모씨는 "등기부등본상에서 이미 불법적인 지분 쪼개가 있었는데 기재상 실수라고 둘러대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면서 "동의에 나선 주민들의 명단을 개인정보를 가리고라도 열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민들의 56%가 동의해 사업인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사실상 사업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행정소송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현재 절차상으로는 이미 세목고시까지 다 나왔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대한다고 해도 틀 수 있는 방법은 행정소송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드림허브 측은 "대지권 설정을 하지 않고 살아왔던 공동주택 거주민들이 대지권을 지분에 따라 구분함에 따라 인원이 늘어나게 됐다"며 "합의점을 찾기 위해 주민과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며 향후 책임감 있는 자세로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