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안 없으면 끝까지 간다"… 임단협 해 넘기나

현대중공업 노조 끝내 파업 강행
노조원 3,000여명 부분파업… 울산공장 종일 어수선
사측 "더 양보못해… 생산차질 책임 물을 것" 강경

현대중공업 노조가 20년 만에 부분파업을 벌인 27일 오전 울산광역시 동구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노사 관계자들이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각자의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현대중공업 노조가 끝내 20년 만에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에서 회사 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임단협이 자칫 해를 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오후1시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정병모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이날 낮12시30분부터 울산 본사 노조사무실 앞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이어 오후2시부터 조합원들은 조업을 거부한 채 회사 안팎 도로를 따라 1.8㎞를 행진했다. 파업 출정식에는 3,000여명의 노조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직원은 2만7,000여명으로 이 가운데 조합원은 1만8,000여명이다. 3만8,000여명의 협력업체 근로자를 포함하면 모두 6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공장은 별다른 무리 없이 가동됐지만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노사는 파업과는 별개로 오후2시부터 53차 본교섭을 벌였지만 노사 간 입장차가 너무 커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노조 측은 "회사가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 끝까지 가겠다"는 강경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회사 측도 이날 협상에 앞서 권오갑 사장 이름으로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노조원들은 옛날처럼 회사가 수정안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회사 경영여건상 더 이상 추가 제시안을 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권 사장은 "임단협은 올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회사가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영이 정상화돼 이익이 나면 그만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노조의 파업이 불법이라며 울산지법에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다. 회사 측은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는 등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자 임단협이 연말을 넘기고 파업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으며 이번 파업 참가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생산차질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파업 과정에서 작업방해와 작업장 무단출입, 근무자의 파업참여 강요 등의 행위가 이뤄질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약 3,4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부담되는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회사로서는 이것도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의 파업은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기 때문에 노조가 하루빨리 위기극복에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1·4분기 1,889억원의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2·4분기 1조1,037억원, 3·4분기 1조9,346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회사는 △기본급 3만7,000원 인상(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정액 인상) △성과급은 지급기준에 의거 산출 △격려금 통상임금 100% 주식+300만원(100%는 회사 주식 지급, 통상임금 200만원 미만자는 200만원 기준으로 배정) △월차 폐지 제안 철회(가급적 전량 사용 원칙) △사내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노동조합 휴양소 건립기금 20억원 출연 등을 내놓았지만 노조는 부족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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