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의사 갑질'

리베이트도 모자라 간식 배달 등 온갖 잡일 강요

강원도 동해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이모(36)씨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약회사로부터 상습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아왔다. 자신의 처방에 따라 제약사 영업사원의 실적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1억원이 넘는 뒷돈을 챙겨온 것이다.

이씨의 비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영업사원을 개인적으로 불러 자가용의 세차, 가족 여행시 운전기사를 시키는가 하면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에게 간식을 사서 배달시키고 심지어 포구에서 횟감을 떠 자신의 부모에게 배송하도록 하는 등 온갖 잡일을 시켰다.

제약회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의사들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은 5억6,600만원 상당의 의약품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이씨를 구속기소하고 13명을 불구속기소, 21명을 약식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뇌물을 준 제약회사 임직원 14명도 기소(불구속 3명, 약식기소 11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온갖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받았다. 처방액의 15~25%를 현금으로 받은 '현금 지원'은 물론이고 제약회사 법인카드를 건네받아 한 달 처방액의 10% 등 정해진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썼다. 영어 논문번역 용역을 수행한 것처럼 가장해 번역료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받거나 에어컨, 온풍기, 자녀의 분유 등을 공공연히 챙기기도 했다.

이런 리베이트 명목으로 B제약회사는 의사 30명에게 2억8,399만원, A제약회사는 의사 13명에게 2억2,916만원 상당의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씨 등 의사들은 갑의 지위를 악용해 운전기사·시장보기·은행입금 등 제약회사 사원들을 심부름꾼으로 부린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약 처방권을 쥔 의사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에 적발된 의사 가운데 9명은 주택 등 재산 1억9,970만원을 추징 보전하는 등 불법 리베이트로 얻은 이득은 철저히 박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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