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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의 군사·무기 이야기] 한국과 일본 잠수함 엇갈린 명암
韓, 성능 미달 논란 신형함 개발日, 잠수함 세계 쾌속 순항 기약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한국 해군의 차기 잠수함인 3,000톤급 장보고Ⅲ
잠수함 상상도
호주 국방부 데이비드 존스턴 장관이 최근 곤욕을 치렀다. 지난 25일 의회 연설에서 "ASC(호주 국영 잠수함 회사)가 납세자들에게 어떤 물건을 내놓을지 걱정이다. 카누 건조도 안심하고 맡길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한 게 파문을 낳은 것이다. 그는 즉각 "말실수였다. ASC 직원들의 능력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지만 호주 조선업계의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는 외신의 전언이다.
호주의 국방장관이 자국의 잠수함 건조 능력을 혹평한 이유는 일본제 소류급 잠수함의 완제품을 수입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존스턴 장관은 올 들어 줄기차게 일본제 잠수함 도입을 강조해왔다. 10척 도입에 약 200억달러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진 호주의 차기 잠수함 사업에는 전통적인 재래식 잠수함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도 적극 뛰어들고 있으나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남태평양의 넓고 거친 바다를 지키려면 대형 잠수함이 필요한데 핵 잠수함 불용 원칙를 고수하는 호주의 선택은 대형 디젤 잠수함밖에 없다. 문제는 호주가 원하는 4,000톤급 이상의 대형 잠수함을 설계·건조하고 운영한 경험을 가진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는 사실. 독일과 프랑스는 제원만 제시하는 정도인 반면 일본 소류급은 이미 3년 이상 운용경험까지 쌓았다. 스웨덴의 1,200급 고틀란드 잠수함의 확대형인 콜린스급을 자국의 조선소에서 건조했으나 수없이 많은 하자에 고통 받았던 호주 입장에서는 소류급 잠수함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급속히 결속되고 있는 미국과 호주·일본 간 삼각 안보동맹의 연장선에서 미국도 호주의 일본제 잠수함 도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기 수출 3원칙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방산 수출국으로 발돋움하려는 일본도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물밑으로는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호주 조선산업계의 불만을 희석시킬 수 있는 파격적인 절충 교역과 금융 지원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의 잠수함은 덜컹거리는 모양새다. 늦게 출발했으나 중형 디젤 잠수함 건조와 운영의 모범국으로 꼽혔던 한국은 최근 들어 흔들리고 있다. 한국 해군의 잠수함대는 미 해군으로부터 찬사를 받은 만큼 위명을 떨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의 잠수함시장을 놓고 209급 잠수함의 원천기술 보유회사인 독일의 HDW사와 겨뤄 한국형 209급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1,800급 건조 이후 수없이 많은 하자가 발견되고 있다. 소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고 연료전지가 제 기량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기 잠수함인 3,000톤급 장보고Ⅲ 잠수함의 선체를 만들기 위해 철강재를 자르는 행사가 25일 열렸다. 대양을 항해할 수 있고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수직발사관을 탑재한 차기 잠수함은 순항할까. 방산업체 전체가 위축될 대로 위축된 현실에서 일본 잠수함의 전망이 다소 나아 보인다.☞ '막강 화력' 한국군, 철통 방어 훈련 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