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으로 모두가 파키스탄에 평화가 깃들기 바랐지만 무자비한 테러를 막지 못했다.
16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간)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의 학교 후문으로 무장괴한 일당이 총을 쏘며 들이닥쳤다. 이들이 진압되기까지 공포와 경악의 8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일부는 파키스탄군의 군복 차림이었고 모두 폭탄을 두른 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총을 무차별 난사하면서 ‘인간 사냥’을 시작했다.
총소리에 놀란 학생들이 책상과 의자 밑으로 몸을 숨겼지만 이들은 교실마다 문을 부수고 숨은 학생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총알을 쏟아부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입는 초록색 교복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다행히 살아난 샤루크 칸(16)은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당시 공포를 떠올렸다. “큰 검은 군화를 신은 사람이 학생들을 쫓아 총으로 죽였어요. 전 눈을 질끈 감고 죽은 척하고 있었어요. 온몸이 벌벌 떨려 비명을 안 지르려고 교복 넥타이로 입을 막았어요”
아흐메드 파라즈(14)는 “괴한들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라고 외치더니 그중에 한 명이 ‘많은 어린이가 의자 밑에 숨어 있으니 죽여라’고 말했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의 기자 아담 엘릭은 트위터에 “테러범 일당이 선생님을 산 채로 불태웠고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도록 강요했다는 생존자의 증언이 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한 학생은 “강당에서 군 대령에게 응급처치 교육을 받던 중 그들이 쳐들어와 총을 쏘고 폭발물을 터뜨렸다. 대령은 물론 내 앞에서 40∼50명이 죽는 걸 봤다”고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보복이 두렵다며 이름이 밝히지 않은 9살 소년은 로이터통신에 “총소리가 나자 선생님이 코란 구절을 조용히 암송하라고 하신 뒤 뒷문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주로 쓰는 우르두어나 펀자브어가 아닌 외국어로 말했다고 생존자들은 전했다. 경비가 삼엄한 정문을 지나치고 인적이 드문 후문을 침투 통로로 사용한 점으로 미뤄 이들은 미리 치밀하게 계획된 테러를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