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 년간 국제 원유가격을 좌지우지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과거 생산량을 조절해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큰손' 역할을 해온 OPEC의 시장지배력이 미국의 석유생산 증대와 국제 원유수요 감소로 인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WSJ는 OPEC 회원국들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오는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회의에서도 생산량을 하루 3,000만배럴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회동이 OPEC의 약화한 영향력을 재차 확인시켜주는 결과로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가 과거와 달리 유가약세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려는 것은 감산이 별다른 가격부양 효과 없이 미국 등 다른 산유국의 증산만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하락하고 OPEC의 영향력이 위축되면서 회원국들 간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원유생산이 크게 늘어나자 미국산 셰일유와 유사한 유종인 보니 라이트(Bonny Light)를 생산하는 나이지리아는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WSJ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제 벤치마크 가격에 배럴당 2달러를 얹었던 나이지리아 원유 수출가 프리미엄이 올해 들어 74센트까지 떨어졌으며 이에 따라 지난 3월 나이지리아가 회원국 긴급 회동을 제안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거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WSJ은 나이지리아나 알제리처럼 유가하락에 유독 취약한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감산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이번 회동에서 회원국 간 이견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감산에 동의할 경우 OPEC 회의에서 생산량 감축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러시아를 설득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