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는 회사 탓"… 20년 만에 부분파업 결의

끝내 제갈길 가는 현대重 노조
흑자 낸 작년보다 고임금 요구
사측 "수용 못해"… 합의 난항
강행 땐 수천억대 손실 불보듯


현대중공업 노조가 3·4분기까지 3조2,272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면서 최악의 경영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서도 끝내 파업을 결의해 회사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 측은 "영업적자의 책임은 회사에 있지 노동자의 책임은 아니다"라는 황당한 논리를 펴며 20년 만의 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위원장 정병모)은 21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오는 27일 오후1시부터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노조는 최근 투쟁방향을 설명하면서 "회사는 2·4분기에 이어 3·4분기까지 천문학적인 적자 수치를 발표하며 이를 핑계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적자로 말미암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여전히 임금 13만2,013원 인상을 비롯해 성과금 250%+α, 호봉 승급분 5만원으로 인상(현 2만3,000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8,89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지난해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 요구며 지난 2002년 13만8,912원 인상을 요구한 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과 요구에 회사의 한 관계자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저가 수주가 많았는데 이는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일감 확보 차원에서 적자를 각오하고 수주한 것이 현재의 대규모 적자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를 모를 리 없는 노조가 책임을 회사에만 떠넘기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며 답답해했다.

2·4분기 1조1,37억원, 3·4분기 1조9,346억원이라는 기록적인 영업손실을 낸 현대중공업은 고육지책으로 부족한 현금을 대신해 격려금으로 1인당 200만원 이상의 주식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작업중지권도 노조에 주기로 하는 등 여러 안을 내놓고 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3·4분기까지 누적 수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으로 인해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까지 지연될 경우 지연 보상금에 따른 현금손실은 물론이고 회사의 신뢰도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하루 1,030억원의 매출 손실과 160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사측은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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