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서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 '포기' 발언을 한 당사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위원장이 "양측이 용단을 내려서 그 옛날 선들 다 포기한다"고 말하자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임기 동안에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포기'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 우회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앞으로도 NLL 포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초본(삭제본)에 기재된 발언 가운데 일부를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의록 초본에는 NLL 문제와 관련한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 노 전 대통령은 'NLL 문제를 다 해결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이는 당시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NLL 포기나 폐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회의록 수정본(유출본)에는 노 전 대통령이 "NLL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바뀌었다. 초본의 발언이 수정본에서 한발 물러서는 뉘앙스로 바뀐 셈이다. 하지만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녹음한 파일에 노 전 대통령의 표현이 '치유'라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회의록 초본의 수정이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였음을 분명히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초안을 확인한 뒤 회의록을 '수정ㆍ보완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조 전 비서관에게 전달하고 수정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제시한 노 전 대통령의 의견보고서에는 "NLL 문제는 김정일 위원장도 추후 다루는 것을 동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확실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임기 내에 NLL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앞으로 이 문제를 다룰 때 지혜롭게 다뤄줘야 할 것 같다"고 적혀 있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고 이관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앞으로 법원에서는 고의성 여부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다만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회의록 초본과 수정본의 본질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초본에는 정상회담에서 실제 사용된 호칭이나 말투가 생생하고 정확하게 반영됐지만 수정본에는 초본에 누락됐던 부분을 덧붙이거나 일부 호칭과 말투를 바꾼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이 각자 스스로 낮춰 '저'라고 표현한 부분을 모두 '나'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초본에 노 전 대통령이 "위원장님과 저하고"라고 말했다는 부분을 수정본에서 "위원장과 나하고"라고 고쳤다는 얘기다.
말투는 김 전 위원장이 반말투로 얘기한 부분을 존댓말로 수정했다. "그건 반대 없어(초본)"를 "그건 반대 없어요(수정본)"라는 식이다.
검찰은 "삭제된 회의록(초본)과 유출된 회의록(수정본) 모두 역사적 측면에서 가치와 의미가 있는 자료로 봐야 한다"면서 "어느 한쪽이 더 사료로서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