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 민영화와 한보철강 처리, 철강업 구조조정, 삼미특수강 등 특수강 업체 처리방안. 올해 철강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이들 4대 과제는 철강 공급과잉을 겪고 있는 해외 철강 업체들에게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또 포철 민영화나 한보철강 처리, 국내 철강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없는 실정이어서 철강업체들이 이를 자체 해결해 나가야 할 상황이다.
이들 4대 과제의 처리방향과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알아본다.
◆포철 민영화
미국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1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철강수입 규제와 관련, 포철 민영화문제를 언급했다. 그만큼 포철 민영화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정부는 미국 행정부에 포철을 조속한 시일에 민영화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이같은 계획은 현재까지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포철은 민영화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정부지분 전량(3.14%)과 산업은행 지분 일부(2.73%)를 DR로 매각했다. 올해안에 나머지 산업은행지분 20.84%를 모두 매각해 완전 민영화한다는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다만 포철의 급격한 경영권 변화와 관련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1년말까지 동일인 소유한도를 3%로 제한했다.
포철은 외국인 지분이 늘어나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도록 투명한 경영과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을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또 투명경영으로 경영권 침해 가능성을 줄이는 한편 만의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적대적 M&A(인수·합병) 시도 등에 대비키 위해 우호주주 그룹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주주들의 참여를 유도해 완전히 민영화된 기업으로 새로운 모습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포철은 특정 대기업으로 산업은행 지분이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기업이 산은 지분을 인수할 경우 경제력 집중 심화는 물론 가격 및 공급량의 인위적 조절, 특정 수요가에 대한 차별적 대우 등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어 시중은행이나 일부 수요기업들이 지분인수에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보철강 처리
한보철강은 「환란(換亂)의 주범」이란 굴레를 쓴채 2년째 새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97년 부도이후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한 세차례의 입찰이 무산됐으며 지난해말 이뤄진 국제 입찰도 유찰됐다.
채권은행단과 입찰 주간사인 뱅커스트러스트컴퍼니(BTC)는 수의계약을 통해 지난달말 인수업체를 선정한다고 발표했지만 또다시 한달여를 허비해야 할 입장이다.
이처럼 한보철강 처리가 지연되는 것은 채권단이 한보문제를 철저히 「돈의 논리」에 따라 처리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보철강 처리를 철강산업 구조조정이나 국내 철강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는 도외시한채 단순히 한푼이라도 더 내겠다는 업체를 찾다보니 덧없이 세월만 보내게 됐고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은 아까운 설비들은 시뻘건 녹을 뒤집어 쓴채 고철이 되고 있다.
현재 한보철강의 인수전은 동국제강과 미국계 펀드사를 중심으로 한 네이버스 컨소시엄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
지난해 국제입찰에서 유일하게 A, B지구를 일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동국제강은 채권단의 유찰 선언이후 새로운 의향서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네이버스 컨소시엄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동국제강이 유일한 인수업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을 무렵 등장한 네이버스 컨소시업에는 동국제강이 인수한 연합철강의 전 사주 권철현(權哲鉉)씨가 운영하는 중후산업(中厚産業)이 참여하고 있어 갖가지 억측을 낳게 하고 있다.
네이버스 컨소시엄은 2일부터 한보철강 실사에 나서고 있지만 철강업체를 컨소시엄에 참여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아직까지 완전한 컨소시엄의 실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보처리 문제는 여러 차례 입찰 과정을 거치면서 불공정 시비를 불러 일으켜왔다.
특정업체의 인수가격 등을 노출시키고 예정된 일정을 넘기며 새로운 업체를 끌어들이는 등 일반적인 입찰 관행조차도 무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는 「돈의 논리」보다 철강산업의 발전을 위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인수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 한보철강 처리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철강업계 구조조정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전후해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한 철강업체는 8개사에 달한다.
또 워크아웃을 신청한 기업도 3개사에 이르는 등 중소 철강업체들이 내수경기 부진에 따른 극심한 경영난속에 무너져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가 조사한 회원사 부도현황에 따르면 전체 42개 회원사중 13개 업체가 현재 법정관리나 화의, 워크아웃 상태에 놓여있다.
신호스틸과 환영철강, 삼미특수강, 기아특수강 등이 IMF체제 이전 이미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을 신청한데 이어 한합산업과 영흥철강 등도 97년말과 지난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동신특강과 동일제강, 한국제강 등도 97년말과 지난해 4월 부도를 내고 각각 화의를 신청, 법원인가를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강원산업과 동양철관, 미주제강 등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이 부실 전기로업체의 처리문제.
전기로업체의 주력생산품인 철근의 경우 재고가 50만톤에 육박하는 등 심각한 공급 과잉에 시달리고 있어 이대로 방치할 경우 전기로업계가 공멸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에 따라 우량 전기로업체들이 가교회사를 설립해 이들 부실 업체를 인수, 설비를 조절하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업계 자율조정을 통해 가교회사를 설립, 환영철강과 한국제강, ㈜한보 등 3개사를 흡수 합병해 설비를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전기로 업계 「빅4」인 인천제철과 동국제강, 한국철강, 강원산업 등이 출자해 설비조정이 완료될때까지 한시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방안이다.
가교회사 설립은 이달중 가시화될 전망이다.
◆특수강업체 처리문제
지난 97년 3월 부도를 낸 삼미특수강은 최근 수출호조에 힘입어 부도이후 59%까지 떨어졌던 공장 가동율을 80%선으로 올리는 등 경영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지난 97년 2,536억원에 그쳤던 매출액을 지난해에는 3,200억원으로 크게 늘렸다. 생산량도 97년 10만7,000톤에서 144만톤으로 늘어났다.
지난 12월17일 회사 정리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미특수강은 외자유치를 통한 회생 방안을 모색하는 등 활기를 되찾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해외 매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외자유치를 통한 자력 회생의 길도 가능하면 함께 모색하겠다는 것이 회사측 생각이다.
이같은 삼미특수강과는 달리 기아특수강은 회사정리계획안 통과를 위한 관계인 집회가 이뤼지지 않는 등 법정관리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해외매각 추진 자체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 포철이 삼미특수강 봉강부문 등을 인수한 창원특수강을 매각 또는 청산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특수강업체 처리문제는 상당기간 진통을 겪어야 할것으로 예상된다.【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