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임금 3년치 소급분 지급 의무 없다"

대법원 '확대' 판결후 첫 하급심
현대·기아차등 160개 소송 영향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회사가 과거 소급분을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업의 소급분 지급 의무에 대해 애매한 기준을 제시한 뒤 나온 민간기업에 대한 첫 하급심 판결로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160여건의 관련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지난달 말 철강재 포장회사인 누벨(전남 순천 소재) 근로자 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회사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는 3년치(임금채권 소멸 시효) 소급분을 근로자에게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누벨은 현대하이스코의 사내 협력업체로 지난 2011년부터 노사가 법정 공방을 이어왔다.

이에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관련 판결 당시 "과거 노사 합의로 통상임금에서 상여금을 제외한 부분까지 소급분 명목으로 이제 와서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반하며 기업에도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의칙' '경영상 어려움' 등 구체적인 기준이 모호해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런 가운데 하급심이 소급분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명확히 판결함에 따라 앞으로 다른 관련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곧 시작되는 임단협에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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