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분양원가 '끼워맞추기' 의혹까지

토지비 산정기준 평형따라 뒤죽박죽 "5% 수익률도 상식적으로 납득 안가"


“앞으로 서울시가 SH공사를 통해 공영개발하는 곳에 대해서는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허영 서울시 주택국장) 서울시는 분양원가를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면 투기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은평 뉴타운 수준의 공개로는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할 전망이다. 투명성을 확보하긴 사실상 공개하는 정보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공개한 정보도 신뢰를 얻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가 발표한 분양원가 내역은 토지비ㆍ건축비ㆍ부가세 등에 그쳐 분양가 적정 수준을 파악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판교 같은 경우 7개 원가항목을 모두 공개해 시장이 각 부문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오히려 분양원가를 발표했다는 사실만으로 고분양가를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은평 뉴타운 분양을 기다리다가 분양가를 보고 포기한 이모(41ㆍ성산동)씨는 “입주자 모집공고에 다 나오는 수준의 정보를 가지고 ‘공개’라고 할 수 있냐”며 “무주택ㆍ서민층을 위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허술한 정보로 눈 가리고 아웅이나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평 뉴타운의 분양원가 공개내용을 살펴봐도 서울시가 토지비를 산정할 때 평형별로 다르게 땅값을 매겨 논란의 여지가 있다. 즉 34평형이나 65평형이나 평당 토지비는 같아야 하는데 평형이 커질수록 ‘시장가치’를 반영해 차별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34평형은 토지비를 평당 636만원 내지만 65평형을 분양받으면 평당 848만5,000원을 내야 해 똑같은 면적의 땅값이라도 무려 212만5,000원이나 차이가 난다. SH공사는 “택지비를 평형별로 똑같이 배분하면 큰 평형의 향후 시장가치가 높은 점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평형별로 다르게 나눈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문제는 분양‘원가’ 계산에 향후 시장가치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B건설 주택사업팀의 한 관계자는 “원가를 계산할 때 토지비는 평형과 무관하게 같고 향후 분양가격에 중대형 평형의 가중치가 붙는 것이 타당하다”며 “정부가 분양원가를 짜맞추다 보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가 5%라고 공개한 수익률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허 국장은 “수익률 자체를 낮게 잡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개까진 생각하지 않았다가 여론의 지적이 심해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건축비에 적정 이익이 다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공기업이 추가수익률을 5%로 잡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수익률을 5%로 잡았을 때 시행사인 SH공사가 얻는 수익은 680억원이나 된다. 서울시는 추가로 분양될 은평 뉴타운에도 이 수익률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자 서울시가 고분양가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분양원가를 공개했지만 오히려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상암동 분양에서도 30%의 수익률을 올려 투기를 조성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간건설업체의 한 임원은 “정부가 뉴타운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빨리 바라다 보니 토지대가 많이 지출돼 분양원가가 높아진 것 아니겠느냐”며 “이제 공기업도 민간업체와 마찬가지로 향후 시세가 1,500만원이 된다고 판단되면 그 가격에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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