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하투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여 걱정이다. 경기 바닥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침체의 터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노사분규가 확산되면 모처럼의 경제회복 조짐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의 옥쇄파업과 사측의 직장폐쇄 및 공권력 투입 요청으로 맞선 쌍용차는 ‘파업해제, 정리해고 유예 후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중재안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간부 파업에 이어 오늘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고 금속노조도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오는 13일 결의대회를 가진 후 총력투쟁 체제에 돌입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하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된 시국대회와 맞물려 노동운동의 범위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등 야당과 민주노총, 각종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6ㆍ10항쟁 기념 범국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고 경찰은 집회를 불허하기로 해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된다. 그럴 경우 노동계의 하투도 확산될 가능성이 큰데 경찰도 노사분규시 노조의 불법행위가 예상만 돼도 병력을 투입하기로 하는 등 엄격하게 대응할 방침이어서 사태가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업과 과격시위 등 노동계 강경투쟁의 폐해는 태미 오버비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의 지적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21년간의 한국생활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그는 이임 기자회견에서 한국 발전을 위한 조언을 요청하는 질문에 시위대가 긴 막대기로 전경들을 때리는 장면과 빨간 머리띠를 한 노동자들이 주먹을 쥐고 투쟁을 외치는 사진이 실린 외국 신문의 1면 기사를 내밀었다고 한다. 노조의 과격투쟁이 외국인 투자가들에 엄청난 두려움과 부정적 국가 이미지를 심어줘 한국 투자를 꺼리게 하며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지적은 어제 오늘에 나온 것이 아니다. 당장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고 더 나아가 지속적인 성장발전을 위해 해결돼야 할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노사관계 개선이다. 노동계는 당장의 경제난과 국민들의 어려움을 생각해서라도 강경투쟁을 자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