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이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사상 최악의 신용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추가 위험이 없다고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부총리와 금융당국의 합창은 고객정보가 대출중개업자에게 8,000만건 넘게 팔려간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며 허언이었음이 드러났다. 장관들의 거짓말 릴레이에 국민들은 허탈할 뿐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사과나 책임지겠다는 이는 없다.
2차 유출이 없다는 발표는 애초부터 믿기 힘들었다. 1년 넘는 기간에 1억건이나 고객정보를 빼낸 용의자가 대출업자에게 100만건을 판 것 외에 한 건도 외부로 내보내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었건만 관련 부처 장관들과 금융당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명히 말하는데 유통되지 않았다" "카드를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며 애써 외면하기에 급급했다. 고객정보 유출 확산 우려에 대해 '근거 없는 루머'라며 대응전담팀을 구성하려 했다는 얘기까지 들리는 판이다. 믿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을 정부가 만들었다.
경제팀이 불신을 자초한 건 이번만이 아니다.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가 일주일 만에 수정안을 내놓아 여론의 뭇매를 맞는가 하면 땜질식 전월세 대책으로 임대소득자는 물론 세입자들에게도 혼란을 안겨줬다. 경제혁신3개년계획 역시 기획재정부의 발표와 청와대 담화문이 달라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연신 헛발질만 해대는 경제팀이니 신뢰가 땅에 떨어질밖에.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까지 경질 요구가 나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우리 경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온기가 돌기는 하나 아직 피부로 느껴지기에 미약하고 노령화로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대외변수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점이건만 불신만 키우는 현 장관들로는 가능할지 모르겠다.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과 경제회복을 위해서라도 경제팀에 대한 대대적 쇄신이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