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우유가 수요처 우유 공급가격을 최대 65.9% 인상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통 큰'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일 고공행진 중인 생활물가를 잡기 위해 세무조사, 담합거래 조사 등 모든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하는 정부 앞에서 기업에게 가격인상이라는 것은 '금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울우유의 가격인상을 정부가 묵인해줄 지도 관심이었다.
최근 오리온은 과자류 가격을 슬쩍 올렸다가 언론에 보도된 후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소동을 벌인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우유는 가격인상 계획이 알려진 지 반나절 만에 '자진' 철회의사를 밝혔다. 그 이유가 옹색하기 짝이 없다.
서울우유는 16일 저녁 "실무부서의 납품가격 의사타진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라고 발표하며 가격인상을 '없던 일'로 만들었다. 하지만 불과 4시간 전만 해도 수요처 가격인상에 대한 질의에 대해 "원료용으로 우유를 공급하는 특수거래처에 대해 종전에 할인 판매하던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환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백보 양보한다 해도 주요 거래처에 내보내는 공문에 대해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 우유 가격인상을 경영자의 결정도 없이 실무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했다는 얘기를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변명이 사실이라면 업계 1위 우유 기업의 경영시스템은 동네 구멍가게만도 못하다는 얘기다. 가격인상 소식을 접한 정부의 가격통제 압력으로 4시간 만에 인상안이 물거품이 된 것이라는 소문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요즘 식품업계에서는 '정부가 물가인상률 3%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물가 상승 주범이 될 만한 용의자(?) 색출에 혈안이 돼 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돌고 있다. 서울우유도 용의선상에 올라 정부로부터 교육(?)을 좀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가격인상은 실무자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황당한 해명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