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9월 2일] IT업계, 게임을 벤치마킹하라

"아이온이 중국에 이어 전세계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게임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엔씨소프트의 다중접속온라인롤플레잉게임인 아이온의 성공을 기원하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주력 게임의 장르가 엇비슷해 경쟁관계에 있는 업체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글로벌 시장에서 국산 게임 가운데 하나가 성공하면 다른 게임의 인기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의 동반자관계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업계 선두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이달 미국 시애틀에서 열릴 게임 전시회인 '팍스(PAX)'에 참가하기 위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각자 단독으로 참가할 때보다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다. 이뿐이 아니다. 게임업체들은 해외에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경쟁사의 해외법인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상생 협력을 통해 게임 산업은 지난 십 수년간 IT업계 내 어떤 분야보다 급성장했다. 이런 상생의 움직임을 다른 IT업계도 좀 배워야 할 것 같다. 우선 IT서비스 업체들을 보자. 이들은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를 둘러싸고 서로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잦다. 통신업체들도 서로 경쟁사가 보조금을 많이 풀어 시장이 혼탁해진다고 외치고 있다. 하드웨어 업체들도 예외가 아니다. MP3플레이어,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서로 자사가 국내 시장 1위 사업자이며 경쟁사가 판매량을 부풀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이 같은 업체 간 상호 비방이 한국 IT업계의 질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건전한 경쟁을 통해 업계 전반이 발전할 수 있다는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무작정 타사를 헐뜯는 진흙탕 싸움은 해당 업체는 물론 한국 IT산업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글로벌 시장 확대와 컨버전스 강화 등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업계가 힘을 모아 포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으며 이들이 각자 주장하는 정책적 제언에도 힘이 실릴 수 없다. IT업계가 게임업계처럼 머리를 맞대고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그 결과 한국 IT산업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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