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직전 상황과 유사" 촉각 곤두 ■ 외국계 은행 BIS 비율 높이려 무차별 자금회수10월에만 단기자금 206억弗 빠져나가 사상최대이달이 고비…내년초까지 지속땐 최악 맞을수도국내 경기악화 대비 은행자본 확충등 선제대응 필요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지난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 부도 사태 이후 국내 은행을 상대로 한 외국계 은행의 무차별적인 자금 회수가 본격화하면서 이 같은 자본 이탈이 언제까지, 얼마나 큰 폭으로 진행될지에 금융계는 물론 국내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에도 외화 장기 자금 이탈에 앞서 단기 자금들이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IMF 사태를 맞이했던 만큼 정부나 금융권은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의 자본 유출 원인이 지난 IMF 사태 때와 성격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정부나 금융권은 외국계 자본의 이탈이 국내 경기악화나 금융권 부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부발 요인인 만큼 연말을 고비로 유출 공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 은행들은 연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전 세계에 뿌려놓은 주식 채권 등 유가 증권은 물론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회수하고 있고, 따라서 연말이 지나면 이 같은 회수 공세가 한풀 꺽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건설ㆍ조선 등 경기악화에 따라 은행 대출 부실이 본격화할 경우 내년에도 외국계 자본 엑소더스가 지속될 수 있어 결코 최근의 자금 이탈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을 경고하고 있다. ◇IMF 때와 닮은 꼴(?)=외견상 최근의 외화 이탈은 IMF 사태 직전과 유사하다. 위기가 발발하기 전에 국내 은행권의 단기 외채(만기 1년 미만 외채)가 급증했던 점, 단기 외채가 급격히 빠져나가고 글로벌 채권 발행 등도 꽉 막히면서 장기 외화자금 시장도 꽉 막혔던 점 등 외견상으로 유사하다. 1997년 2ㆍ4분기 말 472억달러이던 은행권의 단기 외채는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IMF 사태가 터진 1997년 말에는 273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무려 200억달러 가까이 빠져나간 것이다. 올 초부터 단기 외채가 장기 외채를 앞지르며 9월 660억달러까지 올라섰던 단기 외채 잔액이 10월부터 급격히 빠져나가며 10월 말에는 560억달러 안팎까지 내려갔다. 6월에도 46억달러, 7월 45억달러, 8월 66억달러의 단기 자금 순차입을 보였지만 리먼브러더스 부도 사태가 터진 9월에는 2억5,000만달러 순유출로 바뀌더니 10월에는 외국계 은행 지점에서 100억달러 이상 빠진 것을 포함해 무려 206억달러가 순유출됐다. 글로벌 채권 발행 등 장기 자금시장 차입이 꽉 막히고 단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1개월, 3개월 등의 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IMF 때와 같은 점이다. ◇12월이 자금유출의 고비=은행권은 외국계 은행이 12월 결산을 앞두고 12월에 자금 회수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2월 초중순이 국내 은행권이 단기 자금 상환을 최고조로 압박받는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들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12월 중순부터 연말 휴가에 들어간다"며 "이번주부터 2주간 외국계 은행의 거센 자금 상환 압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금 국내 은행권의 단기 자금 롤오버(차환 발행) 비율은 30% 안팎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억달러의 만기 자금이 도래하면 7억달러는 상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환은 해야 하는데 달러가 없어 하루짜리 달러 콜 자금으로 매일매일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하루짜리 달러 콜 자금으로 단기 자금을 상환하는 사례가 계속되면서 은행권의 외채 구조가 점점 단기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신용경색이 안 풀리고 있어 이 같은 단기화가 계속해서 구조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은 콜 자금으로 연명하지만 만약 IMF 사태처럼 단기 시장마저 꽉 막혀버리면 그때는 지급불능 사태가 현실화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년 국내 경기가 변수=연말까지의 자금 회수는 외국계 은행의 BIS 비율 제고 등의 변수가 있어 그렇지만 내년 초부터 외국계 은행의 포트폴리오 배분 과정에서 다시 한국계 은행에 자금을 대여하는 상황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 부동산 경기 침체 가속화로 건설사 부실이 표면화하는 등 주요 업종의 대출 부실이 불거지고 이에 따라 은행권의 동반 부실이 이슈로 떠오를 경우 외국계 은행의 자금 회수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정부의 긴급 유동성 지원 등으로 버텨나가고 있지만 내년에도 해외 은행의 자금 회수가 지속될 경우 무한정 정부에 기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달러 조달 방법도 딱히 없는 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주요 경제권의 내년도 성장이 마이너스로 관측되고 있고 국내 경기도 10월부터 소비ㆍ생산ㆍ투자가 일제히 감소하며 내년도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이에 따른 국내 경기 악화에 대비해 정부가 은행권에 자본확충 등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