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협박하지 말라

16대 대선 투표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6일 저녁 3명의 대선 후보들은 사회ㆍ문화 분야에 대한 마지막 TV토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에선 교육 복지 등의 문제를 놓고 열띤 공방을 벌였으나 후보간 정책의 차별성은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행정수도 이전과 북한핵 문제를 둘러싸고 후보자 간에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가 부각됐다. 이 같은 이슈는 후보간의 차별화를 가능케 함으로써 부동층으로 남아있는 유권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가지 염려스러운 일은 이같이 대립되는 주장을 펼침에 있어서 상호비방 차원을 넘어 유권자를 협박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회창후보는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관련해 서울이 충청권으로 옮겨가면 서울의 집값이 폭락하고,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 경제가 붕괴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전쟁이냐 평화냐'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마치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는 이전비용 하나를 놓고 말이 오락가락하는 것만 봐도 노후보진영에서 심도있는 논의나 연구를 거쳐 내놓은 공약 같지는 않아 보인다. 노후보 스스로도 이전에 앞서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했다. 수도권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감안한다면 국민투표 단계에서 좌절돼 결국 '아니면 말고' 식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큰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을 한다 해도 십년이상 소요되는 사업이고, 충분한 사전대책의 수립 없이는 이행될 수 없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측이 당장 대선후에 경제붕괴 사태가 올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없다. 노후보 진영이 북핵문제와 관련해 전쟁이냐 평화냐고 극단적 위기론을 펼치는 것 또한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재발 방지는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의 지상과제다. 그것을 거역해서는 대통령은 물론, 국민의 자격이 없다. 이것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호전주의자로 모함하는 사람은 결코 평화애호자가 될 수 없다. 그런 주장은 선동에 가깝다. 결국 두 후보의 선거전략은 유권자의 불안심리를 자극해서 표를 얻어보겠다는 것이지만 그런 잔꾀에 넘어갈 유권자는 없다. 자신의 표를 지키기 위해서도 자제함이 마땅하다. 어제 토론을 포함해 3후보간 TV토론이 세 차례 있었다. 미흡한 대로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을 점검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된다. 선거전에서 드러난 정책과 자질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의 책임만 남아 있다.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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