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력 떨어질라" 우려 목소리내년부터 농업ㆍ서비스분야 등을 포함한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도하 개발 아젠다) 협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통상교섭본부내 협상전담 직원들이 순환보직 원칙에 따라, 혹은 해외 연수기간이 겹쳐 교체가 불가피할 예정이어서 협상 연속성 상실 등 취약한 협상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짧게 잡아 3~4년으로 예상되는 뉴라운드 협상도중에 전담인원이 전원 교체될 예정이기 때문에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허점을 드러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실정과 앞으로 빈발할 통상협상에 대비, 협상 전문가 양성을 위해 통상교섭본부의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뉴라운드 협상을 주관할 WTO 무역협상위원회(NTC)가 출범할 경우 국내외적으로 통상교섭본부에 대한 재편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2일 “내년 3월 정기 인사때는 전담부서 인원의 자리이동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순환보직이나 연수기간과 겹쳐 자리이동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주무부서의 이동을 가급적 자제하도록 하는 분위기”라며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러나 주무부서 직원들은 벌써 “3년 붙박이 신세”라는 푸념을 드러내는 등 내부불만도 증폭될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외교통상부는 지역안배와 인사 형평성 차원에서 정부 다른 부처와는 달리 국내근무와 해외 주재공관 근무를 2~3년에 한번씩 번갈아 시키는 이른바 ‘순환보직제’를 실시하고 있다.
때문에 자리이동이 빈번하고 특히 후임자의 경우 전임자의 업무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는 “담당업무에 따라 틀리지만 업무를 어느 정도 파악하는데 최소 3개월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협상에서 상대 협상파트너와의 친분이 중요하지만 잦은 자리이동으로 이러한 협상의 기본마저 무시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WTO 뉴라운드 협상 때도 2년마다 열리는 이 회의에 참석한 경험이 있는 협상 고위대표가 없어 현지 분위기 파악과 일정체크 등에서 조차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럽의 한 대표부 관계자는 “특히 뉴라운드 협상이 주로 이뤄지는 제네바는 ‘좋은 자리’로 분류돼 ‘냉탕’으로 불리는, 통상협상 업무와는 별개의 지역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통상전담 인원도 우리보다 훨씬 많을 뿐만 아니라 통상협상 분야에 전담할 인력을 따로 뽑아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7급 공채에 해당하는 2종 직급으로 60여명 채용해 평생토록 통상협상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 주재 공관에 근무하게 될 우리나라 사무관급(5급)에 해당하는 1종 직급도 한 부서에 근무하는 기간이 최소 7년으로 장기간 근무를 시키고 있어 이 기간만큼은 협상에 대해 상당히 전문적이고 연속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