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항공우주산업은 지난 70년대 중반 대한항공이 미국의 맥도널 더글라스사의 500MD 경(輕)공격헬기 조립생산을 시작으로 80년대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90년대들어 현대우주항공 등이 보잉, 노드롭 그루먼, 에어버스 등 선진 기업들과 면허생산 및 부품 하청생산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국내 항공산업의 매출은 지난 97년말 1조2,000억원에 이르는 등 시장규모가 최근 10년간 연평균 20% 가까이 늘어났다. 비행기를 통째 창(廠)에서 분해해 수리하는 창정비 및 기술도입생산, 독자개발 등의 전형적인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조립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는 성장을 이룩했다.
정부도 오는 2010년에 세계 10위권의 항공우주산업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100석 규모의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을 비롯해 한국형 전투기사업(KFP), 다목적 실용위성 개발, 한국형 기본훈련기사업(KTX-1), 대형 헬기사업(UH-60), 다목적 헬기사업(KMH), 고등훈련기 사업(KTX-2) 등 독자개발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항공우주산업 육성과 관련한 법규는 구비되어 있으나 정부부처간 협조 미비와 구체적인 장기계획 결여, 발주처인 국방부의 동시다발적이고 단기적인 물량발주로 발생되는 생산업체의 과잉투자, 정부의 단기간 다수업체 참여유도가 항공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5년간 약 2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 졌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20억달러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항공우주산업분야는 체계적인 종합능력을 갖추지 못해 독자기술에 의한 항공기제작은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주변국가나 이스라엘, 스웨덴, 브라질 등 경제규모가 비슷한 나라들보다 항공기술이 낙후돼 있다.
특히 국내 항공산업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KFP 사업이 내년도에 종료될 예정이나 후속 생산사업이 없어 장기간의 생산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KTX-2 개발사업도 2,000년대 중반에 본격화될 예정이며 우리 공군의 주력기인 F-4, F-5 노후전투기를 대체할 F-X사업도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될 전망이나 산업발전과 무관하게 직도입을 추진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생산공백을 위해 중형항공기 개발사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나 단시간내에 사업추진이 불투명한 실정으로 최소 5년간의 생산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항공우주산업분야를 이끌고 있는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대한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4사의 생산체제와 정부 국책사업 현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 표참조
중복 과잉투자가 눈에 띄고 특정사업이 종료되면서 생산설비를 놀려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민간기업들의 해외 수주능력 미비와 항공기의 전문계열화를 추진해 왔던 정부정책이 수년간에 걸쳐 혼선을 빚은 결과다.
최근 5대 대기업 그룹이 공급과잉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단일화에 합의했으며 신설법인에 정부가 일정지분을 참여할 예정이다. 1차 구조조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대한항공도 단일법인의 추진상황을 보면서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단일회사를 만든다고 항공산업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KFP사업과 KTX-2사업 사이의 생산공백을 방지할 물량확보다. 따라서 F-X사업도 국내 생산과 연계해 추진해 최소한의 생산물량을 확보하도록 해 항공산업이 무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또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해외수주확보와 산학연 공동개발 확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일관된 육성전략을 가지고 조세 및 재정지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항공산업 육성에 노력해야 하는 것도 우리나라 항공우주산업이 발돋움하기 위한 해결과제다.【채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