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GM)가 자사 자동차의 점화 스위치 결함을 숨겨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9억 달러(1조508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기로 법무부와 합의했다고 1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이 전했다. 이번 벌금 합의는 제너럴모터스가 점화 스위치 결함을 최소 10년간 숨겨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제너럴모터스는 2009년 파산을 신청했을 당시 파산법원으로부터 얻어낸 ‘파산을 신청한 2009년 이전의 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는 결정을 근거로 책임을 회피해왔다. 제너럴모터스는 자사 자동차의 점화 스위치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늦어도 2002년 당시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최소 10년간 이를 쉬쉬해왔다는 사실이 이번 법무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제너럴모터스는 2004년부터 점화 스위치 결함 논란이 고객 등으로부터 제기됐는데도 이를 묵살해왔다.
이처럼 제너럴모터스가 점화 스위치에 결함이 있는 자동차를 계속 판매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1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너럴모터스는 앞으로 3년간 정부가 부과한 의무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면 법무부가 조사 중인 사기와 은닉 등 혐의에 대한 기소가 면제된다. 아울러 제너럴모터스는 이번 점화 스위치 결함과 관련해 제기된 민사소송과 관련해 5억7,500만 달러(6,713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벌금 납부과 배상금 지급 합의에도 점화 스위치 결함 문제와 연관된 제너럴모터스 관계자에 대한 기소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법무부는 제너럴모터스가 점화 스위치 결함 논란이 일었을 때 차량 한 대당 1달러 정도의 비용을 들여 결함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의도적으로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제너럴모터스는 지난해 초 점화 스위치 결함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지난해 무려 3,000만 대에 가까운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을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