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레저] 色에 넋잃고 그윽한 香에 취하고…

지리산 끝자락 연초록빛 녹차잎 물결… 1,000년된 최고령 차나무 아직도 파릇파릇

[관광레저] 色에 넋잃고 그윽한 香에 취하고… 지리산 끝자락 연초록빛 녹차잎 물결… 1,000년된 최고령 차나무 아직도 파릇파릇 •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 음식숙박 ■하동 화개골 '야생차밭' 지리산 끝 자락인 경남 하동은 요즘 몽실몽실 피어 오르는 연초록빛 녹차잎으로 눈이 부시다. 화개장터에서 지리산 계곡으로 이어지는 화개천 양쪽 산기슭에는 10여 리에 걸쳐 햇빛에 반짝이는 야생차밭이 잘 다듬어져 있다. 멀리 보면 그저 잡목숲으로 보이지만 초록빛 산록을 알록달록 물들이며 차잎을 따고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에서 비로소 이 곳이 뭔가 특별한 곳임을 안다. 하동은 전남 보성, 구례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차 생산지다. 이 곳의 차를 ‘야생차’라고 부르는 것은 ‘농약과 비료를 전혀 안 쓰기 때문’이란 게 이곳 사람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급경사진 산비탈을 따라 듬성듬성 나 있는 키 작은 차나무를 보노라면 일부러 화학제를 쓰며 건사하기에는 무척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차 제조법도 소규모 차 밭을 가꾸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잎을 따고 덖어서 선별, 포장작업을 하는 전통 수제법을 따른다. 이 점에서도 기계화된 설비를 써가며 대량 생산, 대량 제조하는 다른 지역의 차와는 다르다. 하동군 화개면은 우리나라 최초의 차시배지로 알려져 있다. 1,300여년 전 신라 흥덕왕 때 당나라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차종자를 가져와 왕명으로 화개동에 심었고, 830년 진감선사가 차를 번식시켰다고 전해진다. 차시배지 기념비 바로 옆에 있는 ‘도심다원’에는 수령이 1,000년이나 된다는 키 4.15m의 최고령 야생 차나무가 아직도 푸른 잎을 자랑한다. 그러나 문헌에는 그 이전에도 차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어 이 때 들여온 차가 우리나라 최초의 차인지는 불확실하다. 차나무는 동백과의 다년생 상록수로 2m내외의 키 작은 관목으로 잎은 어긋난 타원형으로 두텁고 윤기가 있다. 이 잎을 따서 가벼운 열처리 후 말려 음용 한다. 찻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 세작, 중작, 대작 등으로 나뉘며, 색상과 발효 유무에 따라 녹차, 홍차, 우롱차, 백차, 흑차 등으로 분류된다. 요즘 하동의 차 밭은 마을 주민들에게 톡톡히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차 마시는 수요가 급증한 데다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는 ‘웰빙’ 바람에 따라 하동 야생차가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3,000~5,000평의 차 밭을 경작하고 있는 주민들의 평균소득은 도회지 사람들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하동군 전체로도 차 경작 규모가 지난 2000년 390ha에서 현재 500ha로 급격히 늘어 났다. 이곳서 2만평의 차밭을 경작하고 있는 한 농민은 대대로 이어 온 마을 뒷산의 차밭의 자산 가치가 20억원에 이른다고 싱글벙글이다. 하동은 20일부터 ‘제9회 야생차문화축제’를 열고 있다. 23일까지 4일간 열리는 이 축제는 야생차의 우수성과 전통 차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것으로, 인근의 백련리 새미골에서는 ‘제7회 막사발축제’도 동시에 열린다. 새미골의 막사발은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이도다완(井戶茶碗)’의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찻잎의 채취에서 시음까지 전과정을 체험해보는 녹차체험행사와 전통다례식 재현, 야생차 글짓기 및 그림대회, 명차 선발대회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돼 있다. 조유행 하동군수는 “하동의 전통 차문화야말로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웰빙’ 개념에 가장 적합하다”며 “차시배지, 최고 차나무, 차사발, 차문화센터 등 차문화에 필요한 경쟁력있는 브랜드를 모두 갖추고 있는 하동에서 그윽한 문화의 향기에 취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하동(글ㆍ사진)=강동호기자eastern@sed.co.kr 입력챨?: 2004-05-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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