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한인권사무소 서울서 개소…北 우리국민에 '무기징역' 선고

북한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유엔의 현장 거점이 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유엔인권기구 서울사무소)가 23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문을 열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이날 오후 글로벌센터에서 북한인권사무소의 개소식을 열었다. 사무소는 앞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기록해 증거를 보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북한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개소식은 유엔의 인권 분야 수장인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공식 방한해 주최했으며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참석해 축사했다.

자이드 최고대표는 축사에서 “수백만명이 전체주의 시스템에 갇혀 자신의 자유를 부정당하고 있다”며 “수만명은 정권에 충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보다 더욱 더 끔찍한 운명속에서 고통받고 있다”고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사무소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관찰하고 기록할 것으로, 이를 통해 향후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소로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인권시스템의 대응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며 “완전한 독립성과 진실성을 바탕으로 유엔 원칙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소는 공식 홈페이지(seoul.ohchr.org)도 개설했으며, 이날 개소식 이후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초대 사무소장은 유엔 직제상 P-5급(선임과장급)에 해당하는 덴마크 출신의 시네 폴슨씨가 맡았으며 오는 8월 초 부임할 예정이다.

사무소 개소는 북한 인권문제의 ‘책임성’을 담보할 조직을 한국 내에 설치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어 남북관계에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유엔 북한인권사무소 개소식 시장과 거의 동시에 억류 중인 남한 국민 김국기, 최춘길씨에게 무기 노동교화형(무기징역에 해당)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들의 혐의를 나열하면서 “북 인권문제를 꺼들고…”라고 밝혀 이들에 대한 극형 선고가 인권사무소 개소에 대한 맞대응 성격임을 시사했다. 북한은 지난 19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를 서울에 개설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갈 수 없다’면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

/외교부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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