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수익성 40년만에 최대

작년 1,000원 팔아 78원 남겨…투자는 여전히 저조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재무안정성과 수익성이 사상 유례없는 좋은 실적을 기록했으나 미래 성장을 담보할 투자는 여전히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재무구조ㆍ수익성 등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0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7.8%로 지난 65년(7.9%)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1,000원어치를 팔아 78원을 남겼다는 의미다.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수출호조 등으로 매출액이 늘어난데다 금리하락으로 금융비용이 줄고 환율하락으로 외화부채의 원화 환산금액도 줄었기 때문이다. 부채비율도 6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개선됐다. 그러나 설비투자지표인 기계설비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마이너스 수준에서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가운데 대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003년 6.0%에서 10.2%로 높아진 반면 중소기업은 2.5%에서 3.3%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1,000원어치를 팔 경우 대기업은 102원을 벌었지만 중소기업은 33원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은 104.2%로 전년 말(123.4%)에 비해 19.2%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일본 제조업체 부채비율(2003년 3월 말 145.4%)이나 미국(2004년 말 141.2%)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 부채비율(91.7%)이 21.8%포인트 낮아진 반면 중소기업(138.7%)은 8.9%포인트 하락에 그쳐 격차는 더 벌어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전년보다 108.7%포인트 급증한 575.8%를 기록, 한은이 통계편제를 시작한 62년 이래 최고 수준이었다. 반면 지난해 기업투자는 증가세가 다소 확대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ㆍ설비를 비롯한 유형자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1.7%에서 4.8%로 높아졌지만 지난해 총자산에서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40.6%로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넘쳐나는 이윤을 투자에 쓰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한 결과 기업 총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말 9.7%(60조원)에서 9.9%(66조원)로 높아졌다. 기업들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갖고 있는 현금은 66조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