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왜곡된 정치구조 바뀌는 과정”

"지역대결 구도 붕괴"… 또 사실상 신당지지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욕심이야 통일에 있지만 급하게 욕심 부리지 않고 우선 한반도에 평화 구조를 정착시키는 일에 좀더 매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문동환 재미 목사, 위르겐 힌즈페터 전 독일 TV기자 등 해외 민주인사 44명을 청와대로 초청, 다과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참석자들이 민주당 분당 사태를 우려한 것에 대해 신당 지지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1997년 정권교체를 이뤄낸 민주당이 분당한 것을 많은 분들이 걱정하실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이런 현상이 민주세력의 분열이나 약화로 가지 않고, 대신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왜곡된 정치구조가 바뀌기 위해 일부 질서가 해체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재편은 지역감정의 대결구도가 붕괴되고 정책과 논리에 의한 대화의 구도로 변화해 가는 과정”이라면서 “내년 총선 이후에 논리로서 서로 경쟁하게 되면 거기에 상대의 존재를 승인할 줄 아는 관용의 정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껏 용납할 수 없는 체제와 싸웠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투쟁의 태도를 아직 갖고 있다”면서 “정치기반이 지역으로 나뉘어서 감정의 정치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힌즈페터 기자의 진실에 대한 열정과 용기에 대해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면서 “1980년 광주 항쟁 뒤 5년쯤 지나서 황석영 선생이 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책을 보고 정말 상상했던 것 보다 너무 참혹한 사실을 발견했고 지금도 진실의 힘을 아주 두렵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문동환 목사는 “정의로운 민주주의와 화해를 통한 평화는 우리 모두의 꿈”이라면서 “노 대통령은 (이 과정에) 늦게 참여했기 때문에 그만큼 열렬히 했을 것이며 온 인류의 화해를 이룩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꿈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고태성 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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