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강자없이 춘추전국식 패권다툼이 진행 중인 국내 디지털카메라(디카) 시장에서 업체들간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경쟁사끼리 핵심기술을 공유하며 합종연횡을 시도하는가 하면 일부 업체들은 경쟁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제품을 생산조차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올림푸스는 24일 코닥의 CCD(고체촬상소자)를 탑재한 렌즈교환식(SLR) 디카 `E-1`를 전세계에 발표하며 캐논과 니콘이 양분하고 있는 SLR 디카시장에 뛰어들었다. SLR 카메라는 렌즈와 액세서리까지 포함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로, 올림푸스는 코닥과 연합해 캐논ㆍ니콘의 독주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올림푸스와 코닥은 그동안 렌즈 호환 등의 문제로 소비자 부담이 컸던 SLR 디카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공개 표준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기술 공조를 벌여나가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후지필름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푸스는 또 후지필름과 디카 저장매체인 `xD 픽처카드`를 공동개발해 판매하는 등 치열한 라이벌이면서도 제휴를 통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테크윈과 캐논 등은 최근까지 300만 화소급 디카의 핵심부품인 CCD의 공급이 달려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디카 뿐 아니라 카메라폰 시장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1위 CCD 업체인 소니가 상반기 내내 부품을 충분히 공급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체 CCD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이들은 디카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한 소니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올림푸스, 코닥, 후지필름 등은 자체 CCD를 쓰거나 다른 업체로부터도 공급받고 있어 사정은 나은 편이다.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