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영화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 들어 '변호인' '겨울왕국' 등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은 영화가 이어지면서 전체 관객 수도 늘어나고 있지만 박스오피스 상위 일부 작품을 제외한 대다수 영화는 오히려 부진의 정도가 깊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3월 3일 기준)에 따르면 올해 상영된 한국·외국 전체 영화 흥행순위 3위안에 든 작품의 매출액은 1,82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3,270억원의 55.6%를 차지했다. '겨울왕국' '수상한 그녀' '변호인' 등 전체 상영작(450편) 중 0.6%에 불과한 대박 영화 3편이 총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상위 2%(9편)를 기준으로 봤을 때 매출액이 2,463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75.3%를 점유했다. 반면 나머지 98%(441편)의 매출비중은 24.7%(807억원)에 그쳤다. 이중 한국영화만 놓고 보면 2%(전체 141편 가운데 3편)의 매출비중은 66.3%으로 집계됐다. 한편에선 1,000만 관객의 대박 영화의 연이은 탄생에 환호성을 부르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대부분의 영화가 '쪽박'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국내 영화산업의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불균형이 더욱 심화 되는 '빈익빈 부익부'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영화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대작 영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대만큼 결과는 드문 이유다. 이는 인기 영화에 따른 관객들의 쏠림 현상과 함께 스크린 독과점에 따른 시스템적 한계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최근 몇년 새 한국 영화 시장의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지난 2012년 여름의 '도둑들' 이후 1년 반 사이에 1,000만 관객 영화가 4편(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겨울왕국)이나 나왔다. 최근 이런 속도가 더욱 빨라져 1,000만 영화가 올해 들어서만 2편이 탄생했다.
몇몇 소수 영화에 대한 매출의 집중도는 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는 상영된 영화 흥행순위 상위 2%(전체 1,627편 가운데 33편) 안에 든 작품의 매출액은 전체 매출액의 67.6%였고 2012년에는 전체 매출의 56.9%를 차지했었다.
일각에서는 영화 관람 문화가 유행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공고해진다고 지적한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극장 스크린에 걸려있는 영화, 다른 사람들이 보는 영화를 자신도 본다는 것이다. 유행이기 때문에 '동조현상'도 강할 수밖에 없다. 1,000만 영화라는 상징은 '대사건'이 아니라 당연한 시대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스크린 독과점 문제도 여전하다. 대기업 멀티플렉스는 돈 되는 영화, 모그룹의 계열사가 제작한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고, 이는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말이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 2,184개 스크린 중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의 비율은 94.9%(2,072개)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외를 통틀어 대작영화가 잇따르면서 이러한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영화평론가는 "변호인 등의 사례에서 보듯, 상업적인 영화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나친 쏠림현상은 결국 산업의 다양성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