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신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첫 작품은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지난 15일 배포된 한 부총리의 취임사에는 이헌재 전 부총리 당시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던‘숨은 문구’가 하나 있었다.
“농민 소득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긴요하다.”
재경부의 한 핵심 당국자는 “한 부총리가 직접 이 문구를 넣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취임식 이후 이어진 출입 기자들과 간담회. 한 부총리는 개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준비해온 원고를 읽듯, “과거 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계층에 어려움을 준 것 같다”고 소회했다.
2000년 통상교섭본부장 재직 당시 한ㆍ중 마늘협상 타결을 위해 “900만달러어치의 마늘 수입을 막기 위해 5억달러의 휴대전화 시장을 버릴 수 없다”고 밀어붙이며 농민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던 경험 탓이었을까. 때문인지 그는 이날 개방의 당위성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소외ㆍ탈락 계층에 대한 배려를 더 많이 강조했다.
도시락으로 저녁을 때우며 이어진 업무보고 자리. 한 부총리는 뜻밖에도 농림부와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이헌재 부총리 시절에는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농업 문제를 개방의 물결을 넘는데 첫 시험대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쌀 협상 결과에 대해 4월쯤 국회비준을 받아야 하는 상황. 부총리로서는 농심(農心)을 제대로 달래지 못할 경우 정책 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재경부의 다른 간부는 스크린쿼터와 교육ㆍ의료ㆍ법률 등 여타 개방 과제에서도 비슷한 방법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해집단 반발에 대해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와 설득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본부장과 부총리는 다른 자리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편 한 부총리는 취임 이틀만인 17일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한다. 그의 ‘비 전공’으로 인식되는 금융시장에 대한 관심을 표명함과 동시에 취임일 종합주가지수가 25.56포인트나 급락했던 데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듯하다. 이어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해 양극화 문제의 상징인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