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 온 청와대와 민주당의 386핵심 참모들이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있다.
`젊은 피`들의 쿠데타로 불리는 `정치권 물갈이 음모설`과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의 `세대혁명론` 발언으로 인한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굿모닝 시티 분양비리 사건 수사이후 당내 386측근들이 자신을 비롯한 당 중진들을 몰아내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믿고 있는 민주당 정대철 대표는 청와대내 386측근들에 대한 문책요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27일 국립묘지를 찾아 작고한 부모인 정일형, 이태영 박사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청와대에 대한문책 인사요구는 아직 유효한가를 묻는 질문에 “그런 말이 바깥에도 있지 않은가”라며 386측근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청와대는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얼마전에는 인수위 시절 노 당선자의 비서실장을 민주당 신계륜의원이 노 대통령을 만나 굿모닝 시티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 명단을 언론에 흘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박범계 민정 2비서관에 대한 문책을 요구했다는 소리도 흘러나왔다.
같은 연배인 386정치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지역구 위원장은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안희정 부소장, 박범계 민정2비서관등 이른바 386 핵심 측근들 때문에 386세대 정치인들도 모두 도매금으로 넘어가 `건방진 놈들`이란 핀잔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꾸라지 몇이 흙탕물을 튀기는 바람에 애써 가꿔놓은 표밭이 다 망가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386 핵심측근들의 위기는 지난 6월 안 부소장이 나라종금 사건에 휘말려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권력 암투설이 제기된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동지로 여기고 있는 핵심라인들이 이처럼 당 안팎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기 시작하자 이들에게 신중한 처신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안 부소장과 박 비서관은 휴가를 떠났고 이 실장도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이 실장은 28일 386음모론의 실체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어쩌겠나. 그냥 있어야지”라며 전면 부인했다.
그는 그런데 왜 자꾸 그런 보도가 나온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잘 나가는 386 핵심측근들의 곤경은 자초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많다. 참여정부 들어 급부상한 386핵심측근들은 리더십의 제1요건이 `겸손`임에도 불구하고 `오만`하다는 비판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결국 이번 일도 제 분수를 넘는 과욕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이 어떻게 위기국면을 헤쳐나갈 지 주목된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