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업종 '도미노 급락' 심상찮다

IT·건설·조선 이어 철강까지 잇단 뭇매
실적 감소·수요 둔화 우려 반영이 원인
일부선 "글로벌 경기침체 본격화 시작"



국내 증시의 업종별 도미노 급락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정보기술(IT)을 시작으로 건설ㆍ조선업으로 이어진 급락세가 5일 철강주로까지 이어졌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국가 대표 주자들이 돌아가며 뭇매를 맞는 형국에 투자자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업종별 급락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수요감소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의 본격화가 시작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마당에 어느 업종이던 특별히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는 것이다. ◇ITㆍ건설ㆍ조선에 철강까지=지난 4일 조선주에 이어 5일은 증시 하락을 철강주가 이끌었다. 이날 철강ㆍ금속 업종지수는 전일 대비 무려 5.28% 폭락하며 코스피 하락을 주도했다. 포스코가 4.87% 하락하며 일주일 만에 다시 40만원대로 주저앉았고 현대제철(-6.33%), 동국제강(-10.56%), 대한제강(-11.38%) 등도 폭락했다. 전날 수주 취소 쇼크로 지수 하락을 부추겼던 조선주도 현대중공업(-3.51%), 삼성중공업(-5.49%) 등을 중심으로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들 업종이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는 대표 선수들이라는 점과 함께 외국인과 기관 모두 이들 업종 전반에 대한 순매도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개월간 투신권 순매도 상위종목에는 현대중공업ㆍ삼성전자ㆍGS건설ㆍ현대제철 등 특정업종 위주가 아닌 각 업종별 대표주자들이 골고루 포진했다. 외국인은 5일 기록한 5,631억원 순매도 중 철강ㆍ금속에만 1,483억원을 집중했다. 이달 들어서 외국인 전체 순매도에서 철강ㆍ금속이 차지하는 비중은 35.8%에 이른다. ◇경기침체, 장기 주가조정으로 이어지나=조선주와 철강주 모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수요감소와 이에 따른 실적감소 우려가 주가에 급속하게 반영됐다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기침체 우려가 전반적인 장기 시장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IMF 외환위기나 IT 버블붕괴, 카드채 때와 비교했을 때 주가 조정 기간으로 보나 강도로 보나 과거 약세장에 비해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기업이익 전망치 역시 아직도 충분히 하향 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ㆍ4분기 어닝 시즌에서 IT 대형주에 대한 이익전망치 하향과 조선주 수주 취소 쇼크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이익 전망에 대한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고 통화정책 역시 금리인하를 통한 확장적 금융정책을 논하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경기 사이클로 볼 때 아직 주가 선행성을 말하긴 힘들어 여전히 방어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범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도 “조선주에 대한 투신권의 대응이 보여주듯 실적 모멘텀이 훼손되면 시장의 평가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다”며 “추가적 지수 상승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시장은 한동안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보수적 시각은 유지해야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섣부른 매도는 오히려 자산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스피지수가 다시 연중 최저점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반등에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매도 타이밍을 잡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매수차익잔액 부담이 커지고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 단기간 내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유가하락을 시작으로 인플레이션과 긴축 완화 등으로 연결되는 시장 선순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만큼 하반기 안에 이중바닥을 형성하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현 흐름은 다시 한번 바닥으로 향하는 것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도 “바닥을 친 후에는 4ㆍ4분기 후반이나 내년 1ㆍ4분기 초반에 단기고점도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선 투자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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